첫 딸기쉐이크

by 초록하리보

친구들이 딸기 쉐이크가 맛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은 학교안에 있는 작은 카페였다.


고등학생때 까지 카페라는 곳은 가본 적이 없었고 친구들과 놀러가는 곳은 토스트집이었던 나에게 뭘 마시러 카페에 간다는 건 낯선 일이었다. 서울에서는 이미 카페가 모든 만남의 중심이 되는 문화가 시작되었지만 지방 촌구석에서 자란 나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리라. 어쩌면 그곳도 그랬을지 모르지만 학교와 독서실밖에 몰랐던 고등학생이 세련된 문화를 접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세련됐다고 말하는 것도 낯 부끄럽지만 당시의 내 기분은 그랬다. 어떤 새롭고 쿨해보이는 세계로 초대되었지만 나는 준비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카페에는 수많은 메뉴가 있었지만 당연히 들어본 것이라곤 친구들이 얘기해준 딸기쉐이크 뿐이었으므로 딸기쉐이크를 시켰다. 친구들의 극찬과는 달리 딸기쉐이크는 내 입맛에 너무 달아서 맛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너무 맛있다고 주접을 떨며 딸기쉐이크를 먹었다. 그것은 쉐이크의 맛과 상관없이 서울의, 대학생의, 친구들의 세계에 포함되고 싶은 어린 나의 절박한 연기였다.


한참 후 학교생활에 적응한 뒤 그 카페에 가서도 딸기쉐이크를 사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미 나는 서울에 있는 더 멋진 카페들을 다니며 커피의 맛을 알게 되었고 굳이 커피를 먹기 위해 그 카페에 갈 일은 없었다. 딱 한 경우, 강의 시간이 다가오는 데 멀리 갈 시간은 없어서 커피를 사러 갈 때에나 그 카페에 갔다. 그 카페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그곳에 들를 때마다 새내기 시절의 어리숙함이 떠올랐다고 하면 멋있겠지만, 그 카페는 여러 번의 리모델링을 거쳐 모습이 자주 바뀌었다.


그때 먹은 (분명히 극소량의 냉동딸기와 시럽으로 맛을 냈을) 딸기쉐이크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하면 더 좋겠지만 사실 너무 달았다는 것 말고는 맛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에 학교에 들를 일이 있으면 가서 딸기쉐이크를 먹어볼까 같은 감성적인 생각도 하지 않지만 분명 언젠가 또 문득 맛없는 딸기쉐이크가 떠오르는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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