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꽃

by 초록하리보

누군가가 보기 좋으라고 심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벚꽃과 비슷하지만 꽃잎이 여러 갈래인 것이 다르다


무슨 나무인지 이름도 적혀있지 않다


바람이 불어서 꽃잎이 위아래로 휘청이다 땅에 내려앉는다


밟지 않은 눈밭에 처음 발자국을 남길 때처럼 한 걸음 다가가려다


밟고 나면 새하얀 잎이 까맣게 멍이 들어버릴 걸 알기에


발로 조심스럽게 잎을 모아 굴려보았다


조그만 바람에도 이리저리 굴러가는 연약한 잎이 봄과 잘 어울렸다


조금만 더 오래 지금과 같으면 안될까 하고 말해버리면 금방 여름이 와버리니까


마음속으로만 자그맣게 기뻐하다가


지나고 나면 언제 있었나 싶을 만큼 금방 잊어버리는 날씨 같다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어차피 지나갔을 테지만


한번 쯤 참 좋다고 소리 내볼 걸 싶은 그런 날씨


투명하고 연약해서 영원히 지금 같을 순 없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참 예쁜


그런 꽃잎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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