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 장

by 초록맘

여행에서 돌아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한 장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길은 벌써 두 번째 방문한 여행장소다.

자작나무숲을 배경으로 찍은 많은 사진들 중에 유독 한 장의 사진이 너무 특별해서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첫 방문한 2년 전에 찍었던 사진과 같은 위치에서 찍은 닮은 꼴 독사진이었다.

같은 사람이 자작나무숲을 배경으로 서 있었지만 누가 봐도 다이어트 전과 후의 모습이었다.

두 장의 사진을 함께 놓고 비교해 보니 확연히 차이가 느껴졌다.

건강하게 변화된 나의 기특한 비교체험의 시간들이 하나 둘 생각났다.




추석 황금연휴 끝자락에 두 시누이들을 포함해서 가족 5명이 여행으로 뭉쳤다.

주로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과 큰 시누이가 주축이 되어 자주 의기투합한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인제 자작나무숲길이 되었다.

요 근래 가을비가 자주 내려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도착 당일의 하늘은 조금 흐리기만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서둘러 등산스틱을 조립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등산화끈을 조였다.




자작나무숲길은 전체 8~9km의 왕복코스로 3시간 전후의 소요시간걸린다.

10월까지의 하절기는 오후 3시가 입산마감 시간으로 오후 6시가 탐방종료 시간이다.

참고로 매주 월, 화는 휴무일임을 반드시 참고해야 낭패가 없다.


한 번씩 방문경험이 있었던 터라 입구 안내소에서 원대 임도(아랫길) 방향으로 출발했다.

완만한 숲길 초입이 편안했는지 남편을 시작으로 용기 있게 맨발 걷기도 해 보았다.

힐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작나무 군락지가 병풍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득, 2년 전 (2023년 9월)에 방문했던 기억과 같은 듯 다른 풍경으로 오버랩되었다.

그날은 빼곡한 자작나무 틈사이에서 자욱한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었다.

명예퇴직자인 나와 안식휴가를 받은 남편이 강원도 열흘살기 중에 함께 본 풍경이었다.

자작나무숲길의 강렬한 첫인상만큼이나 나의 과체중과 저질체력도 생각난다.

현역에 있을 때 늘어난 몸무게와 운동부족으로 나의 근력은 형편없었다.

당시 암투병 중이시던 새시어머니 문제로 신경 쓰느라 생각과 마음도 복잡했었다.

남편의 배려로 힐링여행을 오긴 했지만 자작나무숲을 무거운 몸과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했었다.




새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편은 주말이면 도심 둘레길 여기저기로 나를 데리고 다녔다.

남편 덕분에 나의 느렸던 보폭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고 아픈 무릎과도 서서히 이별을 했다.

꾸준히 실천 중인 저녁 간헐단식의 효과로 체중도 현저히 줄었다.

두 번째 찾은 인제 자작나무숲길 산책은 2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볍고 거뜬해졌다.


여행을 마치고, 채팅방에서 각자의 휴대폰 속에 담고 있던 사진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자작나무숲 배경이 된 사진은 하얀 분을 바른 것처럼 더 밝고 화사해 보였다.

사진은 나의 어제를 돌아보게 만든 의미 있는 시간여행이었다.

과체중과 저질체력으로 고생했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이렇게 비교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부러 찍은 것도 아닌데 보란 듯이 증명사진이 되어 버렸다.




인제 자작나무숲길에서 만난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단순한 사진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거친 호흡과 느린 발걸음, 무릎의 통증을 동반했던 살찐 과거의 나에게 감사했다.

건강한 내가 되도록 동기부여를 주고 강력한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은 과거의 나였다.

변화의 시작은 '자아성찰'이었다.

2023년 9월의 내 모습 2025년 10월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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