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EO의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나눔 Jan 28. 2023

오프라인의 반란

최근 말레이시아 백화점에 갔다가 한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오픈 예정인 세계 최대 스포츠 용품 소매업체'라는 글귀가 한 눈에 들어와 즉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과연 57개 국에 1,600여 직영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리테일 선두업체였다.

우리나라에는 송도에 첫 매장이 들어선 이후에 하남과 고양스타필드에 직영 매장이 있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왜 몰랐지?”     

좀 더 조사를 해보니 내가 모를만 했다.

회사는 스타 마케팅을 비롯한 미디어 광고 집행에 짠돌이였다.

그러나 대범한 짠돌이였다.

광고비를 아껴서 상품 가격을 낮춘 것이다.

보통 가격대가 $9 ~ 99이 주를 이룬다. 스포츠 용품의 가격대 같지 않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가격이 싼 이유를 설명한다.     

데카트론의 최적가는 어떻게 가능한가요?

데카트론 연구소에서 직접 상품을 연구, 개발합니다.

전 세계 고객을 위해 대량 생산합니다.

최소한의 포장으로 직접 유통하여 유통가를 낮춥니다.

마케팅 및 간접 관리비를 억제하여 합리적인 구매가를 제안합니다.    

 

기획, 개발, 디자인, 제조, 유통, 판매 등 모든 공급망(Supply Chain)을 직접 수행하여 최저가를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 업계의 이케아(Ikea)’라고 불리우고 있다.     


이밖에도 경영의 독특함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초대형 매장 – 평균 4,000m(1,200평)의 넓은 매장으로 고객을 압도하고 초대형 매장은 각종 체험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한다. 고객은 각 종목의 체험 공간에서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마음껏 체험을 해볼 수 있다.     


2. 비기너 집중 – 회사는 고객을 명확하게 특정했다. ‘각 스포츠 종목을 처음 접하는 고객’, 즉 비기너(Biginner)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체험 공간이 있는 초대형 매장이 필요했고 저렴한 가격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3. 자체 브랜드 – 약 5,000 종의 제품은 80여 개의 브랜드에서 나오는데, 모두 회사가 개발한 자체 브랜드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는 없다.     


4. 지역 특화 생산 공장 – 다양한 지역에 산재하는 회사의 생산 공장은 전략적 배치를 하였다. 각 지역의 공장은 그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그래서 좀더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5. 매장 직원의 전문화 – 매장의 직원들은 즉시 강습이 가능할 수준의 전문가들로 배치했다. 

그래서 주요 고객인 비기너들에게는 최상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매장 직원들은 또한 자신의 재량으로 매장 물품을 배치할 권한을 가진다.

자율과 책임의 문화다.     


6. 혁신 – 회사는 약 20여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회사의 연구소는 특정 종목 전문가를 비롯 각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어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을 개선하고 아이디어를 낸다. 특히, 고객 참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온라인으로 제출한 아이디어가 선정되면 고객을 회사에 초대하여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 시킨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데카트론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JD Sports, Kit Bag과 같은 경쟁자들도 점점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위협하고 있다.

물론 업계1위 업체로서의 잇점을 당분간은 누리겠지만, 아웃도어 제품 자체의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초대형 매장을 표방하는 탓에 많은 매장을 오픈할 수 없어서 고객 접근 편이가 약한 것도 단점이다. 회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롯데마트와 제휴하여 롯데마트 안에 100평 내외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체험과 같은 서비스는 미흡해지지만, 고객 접근을 높인 것이다.

또한, 많은 자체 브랜드는 중국과 같은 개도국에서 짝퉁(위조상품)의 위험성을 높인다. 품질이 떨어지는 짝퉁에 대해 대처하지 못한다면, 신흥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장기적 성장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데카트론이 혁신적인 가구업체 이케아를 따라서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 고객 참여, 유통 편이성 등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하긴 하다.

최근 이케아는 바이백(Buyback) 서비스, 100% 재활용 재료 사용 등 계속적인 혁신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데카트론이 현재의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개방적이고 열정적이며 혁신적인 기업 문화의 불을 계속 활활 태워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우리나라 기업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력한 도시 국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