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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나눔 Feb 12. 2023

매미의 일생

매미는 나무 위에서 태어나 1년간 나무껍질에서 알의 형태로 있다가 깨어나 땅에 떨어져서 땅속에 들어가 유충으로 산다.

땅속 어두컴컴한 곳에서 나무뿌리의 영양분을 먹고살다가 약 7년 후 여름에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 껍질을 벗고 날개가 달린 성충이 되어 20일 정도 지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 20일 동안 매미는 나무껍질에 알을 낳아 자신의 분신을 만든다.     


사람으로 치면 1년간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 스스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7년을 보낸 후 비로소 세상에 나와 20일 동안 살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죽는 것이다.     


하지만, 매미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날개를 펄럭이며 우렁차게 부르짖는 고작 20일을 위해서 약 8년을 준비하지만, 회한을 노래하지 않는다.

자신의 새끼가 땅속에 들어가는 것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지만, 슬퍼하지 않는다.

그 찬란한 20일은 모든 고통과 어둠을 보상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동물은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난 섭리대로 살다가 간다.

때론 좌절할 법도 하고, 때로는 회한에 잠겨 아무것도 못할 법도 한 데, 잠을 자고 일어나면 배를 채우기 위해 돌아다니고 적을 피하며 새끼들을 돌보는 쳇바퀴 삶을 계속 살아간다.

인간으로 치면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 한 매일 전쟁터로 나가는 삶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불평을 하지 않고 우울증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렇게만 살아야 하는지 신을 향해 단식투쟁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오늘 할 일을 할 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섭리대로.     


인간은 10개월을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 13년의 어린 시절을, 7년 간의 청소년기를, 그리고 약 60년 간 성인으로 지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사회는 고도화되어 개인의 권리가 보호되며 엄격한 법집행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무한한 자유가 보장된다.

극히 일부분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일평생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삶을 산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 풍족한 삶의 질이 보장되며 공정한 경쟁을 감독하는 강력한 조직의 후원

까지 받는다.     


오늘 하루, 이 글을 쓰면서 시작한다.

내 생각과 행동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눈앞의 장막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려고 한다.

한 잔의 차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작은 즐거움과 창밖에 언뜻 보이는 지붕 위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그 자체에 기쁨을 느낀다.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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