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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EO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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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나눔 Jul 23. 2023

4년 만의 방문

4년 만에 중국에 들어갔다.

매년 최소 2회 이상은 갔었는데, 팬데믹으로 긴 공백이 생겼다.

중국 외주 공장들은 10여 년 이상의 관계 때문에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다.

또 상주하고 있는 직원이 열심히 관리해 주었다.


중국 비자받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있었다.

전에는 여행사에 신청을 하면 일주일 뒤에 비자를 찾으러 가면 되었지만, 지금은 특정 장소에 직접 가서 지문을 찍어야 한다. 전체 비자 발급 기간도 길어졌다.

마치, 중국 명절에 기차역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바이어는 하루 일찍 도착해서 호텔에 머물러 있었고, 나와 저녁 식사를 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함께 외주 공장들을 둘러봤다.

광활한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4개의 공장을 효율적으로 갈 동선을 짜고 루트를 확정했다. 차로 5시간이 걸리는 한 공장은 기차를 타고 3시간을 가서 1시간 차로 이동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기차를 탈 때마다 여의도 광장과 같은 기차역을 빠르게 걸어가면서 그 규모에 놀라곤 한다. 

공장들을 둘러보면서 부족한 부분과 잘되어 있는 부분을 체크하고 피드백을 해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자재 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지금은 대체로 원만히 공급망이 가동 중이어서 큰 이슈는 없었다.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도 중국 공장 입장에서는 좋은 상태이고 납품가 변동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방문할 때마다 긴장해야 하는 가격 인상에 대한 이야기에 예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신규 개발 제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간 바이어를 상대로 한, 그리고 다른 바이어들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느라고 애썼다.


공장들의 큰 변화는 대도시에 있던 공장들 2곳이 내륙 지방으로 이전한 것이다.

인건비와 임차료 등 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이전을 단행했다. 특히, 지방 정부에서 3년간 임차료와 세금을 무료로 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무실과 영업 등의 인력을 대도시에 두고 차로 약 3~5시간 거리의 공장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나날이 높아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공장들은 훨씬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생산시설을 배치할 수 있었다. 비록 한 달에 최소 한 번 CEO와 관리자들이 며칠 머물면서 공장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쩔 수 없다.

한 공장은 단독 건물에서 공장형 빌딩으로 이전을 하고 직접 생산을 하던 여러 비핵심 부분들을 외주로 처리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전에는 작은 건물에 다양한 생산 시설로 인하여 복잡하고 근무 환경도 좋지 않았지만, 생산 리엔지니어링으로 비록 공장 공간은 더 작아졌지만, 더 간편해지고 깨끗해졌다.


한 외주 생산 회사는 크게 성장하여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가 영업 전문가를 영입하여 함께 회사를 키운 사례이다. 그 영업이사는 종횡무진 해외 시장을 누비고 다닌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유럽에 출장 중이어서 만나보지 못했다.

창업가는 생산 시설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여 고도로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만들고 여러 곳에 있던 생산 공장을 한곳에 집중하여 규모면이나 기능면에서 지역 최고의 생산 공장을 구축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공장을 보고 안심하고 이 회사에 주문을 하고 회사는 바이어들을 가리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다.

영업과 기술, 생산이 서로 선순환하면서 회사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당사와 활발히 거래했었던 한 회사는 좋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원인은 사장의 마인드에 있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장은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려고 하기보다는 접대로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초기에 생산 공장에 가보니, 여름에 에어컨 설비가 잘 안 되어 있어서 근로자들이 땀을 흘리면서 어렵게 근무했다.

여러 번 우리의 지적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기본적인 마인드는 변화지 않았고 급기야 불량 발생의 사고를 치는 바람에 한동안 주요 바이어의 주문이 급감해 곤란을 겪었었다.

지금은 가끔 소규모 거래로 당사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사장의 마인드에 변혁이 없다면 회사의 성장은 요원하게 보인다.


중국은 지금 세계의 생산 공장에서 고도화 기술과 서비스, 소비 시장으로 변화 중이다.

엔데믹의 문을 열고 나왔지만, 아직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고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동안 이웃 나라들의 기술을 흡수하여 품질과 기술력이 높아지고 일부 품목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일부 선진 국가들의 견제라는 큰 장벽 앞에 서있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중국은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이자 가까운 이웃으로서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동시에 큰 시장이기는 하지만, 국가 통제 경제라는 변수를 염두에 두고 항상 정부의 눈을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갑자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과 생산 기지의 다양화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야 한다. 

그 계란 바구니에는 아프리카와 같은 접근이 어렵지만, 기회가 서서히 상승하는 지역이나 캄보디아,  인도, 미얀마, 중앙아시아 등의 현재는 미약하지만, 차세대 성장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선택과 집중과 대치되는 개념이지만, 기업의 규모, 상황 등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할 문제다.

소기업이 처음 해외에 진출한다면, 지역 분석을 철저히 해서 한 국가를 선택,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하다가 차츰 리스크 회피를 위해 계란을 담을 바구니를 늘리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중국 남부의 여름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아침, 저녁도 무더운 바람이 분다. 

바이어는 중국 여행 일정이 있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나는 곧 귀국했다. 

중국과의 연을 20년 이어오면서 거래처와 싸우기도 했고 같이 축하하기도 했으며, 거래처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때로는 도산의 아픔을 나누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드 배치에 의한 한한령으로 찬바람을 맞아야 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를 떠나서 경제를 짊어지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회와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만 하고, 인간적인 관계는 보편성에 기반한다. 

특수한 상황에 대한 적응과 더불어 보편적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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