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공대생의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지난 2023년 2학기
저는 인하대학교에서 3학점짜리 전공과목을 하나 맡아서 가르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강의를 맡으며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건 바로 어디까지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와 같은 교수법, 강의 내용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에 대한 고민이었죠.
저는 실제 사회에 나와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인 "요약정리"하기를 가르쳐 주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학생들이 대학원을 가건, 취직을 하건 무엇을 하건 간에 글을 쓸 일이 많이 있는데, 의외로 이 "요약정리"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취직을 위해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고, 취업을 하고 나면 수많은 보고서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해야 합니다.
대학원을 가더라도 결국 논문을 써야 하죠. 학회지에도, 졸업논문도...
그런데 우리는 사실 글을 그렇게 써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글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제대로 배운 적도 없구요.
게다가 공대생들은 (제대로 된) 글을 쓸 기회가 더더욱 없죠.
그러다 보니 아마도 특히나 공대생들에게 '글쓰기'는 세상 극혐하는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숫자로만 돌아가는게 아닌걸 어쩌겠습니까..
결국 공돌이들에게도 글쓰기는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아니,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죠.
뽑히게 도와주소서, 주문을 건 "자소서"는
하지만 세상은 어떠한가요?
일단 내가 서류에 통과하려면 '자소서'를 잘 써야 합니다.
그런데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글을 이제 내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이젠 (거의) 목숨 걸고 써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근데 나보다 훨씬 더 쟁쟁한 사람들이 써낸 자소서와 경쟁을 해야 하구요.
수북이 쌓인 자소서들 사이에서 말이죠.
(AI 님, 내게 은혜를 베풀어 주사, 저의 자소서를 뽑아주신다면 제가 담번에 존댓말로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읍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에 들어가서도 맨날 보고서를 쓰라는데, 내 딴엔 열심히 써갔는데 맨날 상사한테 혼나기 일쑤.
상사: 아니, **씨, 그래서 이 보고서에서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신입: 거기 다 쓰여있는데 (님, 한글 못 읽으심?)
상사: 아니, 그래서... 한 마디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요...
신입: 어... 그러니까요.. 그게...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 아닌가요?
저도 그랬고, 여러분들도 그랬고, 곧 사회에 나갈 초년생들이 곧 겪게 될 상황들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건 바로 "글을 제대로 못써서" 그렇습니다.
분명 한글도 초등학생 때 다 뗐고, 대학교까지 다니며 나름 먹물 좀 들었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괴감 뿐...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 나부터도 정리가 안되죠...
논문은 어떤가?
아니, 한글로 써도 힘든 논문을 이제는 영어로 쓰라고 합니다.
아니, 써야만 합니다.
왜? SCI 논문은 한글로 쓰면 안 받아 주니까.
그리고 심지어 여러 편 써야 하죠.
한글로 써서 가도 교수님한테 혼나고, 영어로 써서 가면 교수님이 이젠 한숨을 쉬십니다.
그나마 다행히 국내 과제 하면서 쓰는 보고서는 한글로 쓸 수 있지만, 담당 감독관이 엄청 뭐라합니다.
아니, 님 한글 못 읽으심??
나 분명 한글로 잘 썼는데 왜 그러실까?
이게 말로만 듣던 '갑질'인가?
이런 상황들도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들 아닌가요?
다 우리 공대생들이 아니, 공대생이 아닌 수많은 학생들이 겪는 뻔한 레퍼토리 들입니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제대로 된 글쓰기를 안 해봤기 때문이구요.
인하대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
그건 바로 "한 페이지" 요약문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분량, 양식 자유.
이 과제로 여러분이 취업이 될지 안될지가 결정 난다 생각하고, 이제껏 배운 것들을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함.
하지만,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위의 슬라이드가 실제로 수업 때 사용한 슬라이드입니다.
저 소녀의 얼굴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매우 놀라워했죠.
당연히 그럴 법도 한 것이 이런 과제는 아마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을 테니.
그러나 이런 과제를 여러 번 하고 나서는 학생들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종강 후 학생들에게 정말 고마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야말로 지금 공대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대생들의 글쓰기에 대해 글을 연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Don't think, JUST DO.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에 일단 행동합시다!
초롱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