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에 담긴 자아 탐색 시간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누구와 함께든, 혹은 혼자 오롯히 걸어가든. 빼곡하게 진열된 물건들 사이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아내는 순간이 좋다. 지방에 사는 내가 강남 백화점에 들릴 때, 명품관은 안가도 식품관은 필수코스다.
하지만 항상 장보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쇼핑 후 묘한 부끄러움이나 후회를 느끼기도 한다. 카트 속 물건들은 여지없이 '지금의 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분이 담긴 지도, 그것이 바로 나의 장바구니다.
야근 후 어느 금요일 밤, 텅 빈 속과 눅눅한 기분을 달래려는 간절함에 평소 외면하던 스낵과 달콤한 음료들을 카트에 가득 담았다. 전자레인지용 냉동식품들까지 자리를 차지한다. "뭐 어때. 피곤한데. 힘든 날은 이런 편리함도 필요해. " 변명 뒤에는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다.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음식을 삼키고 나면 몸은 더 무거워지고 후회가 시작된다. 순간의 만족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벼운 자책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반대로, 몸과 마음이 평온한 날의 장바구니는 단순하고 투명하다. 꼭 필요한 식재료가 아니면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담는 것도 담백하다. 고소한 두부, 싱그러운 채소들, 현미, 달걀, 바나나 몇 개... 하나하나를 신중히 고르며 불필요할 것 같은 재료는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무심코 채운 장바구니는 지금의 나를 가장 정직하게 말해주는 기록이다. 지쳐서 위로를 갈망하는지, 충동에 휘둘리는지, 차분히 자신을 돌보는지, 공허함을 느끼는지가 드러난다.
요즘 마트는 생필품 쇼핑을 넘어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물건을 고르기 전에 먼저 묻는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필요로 하지?" 그리고 당장의 욕망보다 '몸이 진정으로 기뻐할 것들'을 고르려 노력한다.
물론 달콤한 유혹에 이끌릴 때도, 라면이나 초콜릿에 기대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고르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오늘, 당신의 장바구니 안에는 어떤 하루가 담겨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