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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롱 May 26. 2021

아이들이 자란다

나는 가끔 느낀다 하더라도.

매일 매만지고 부비며 키우느라 잘 알아채지 못한다. 아이들은 항상, 늘,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가끔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아 보이던 아이들이 부쩍 컸구나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얼마 전에 사준 옷이나 신발이 금세 작아졌을 때, 늘 먹던 양에다 추가로 넉넉히 준비한 고기를 다 구워 먹고도 더 달라고 할 때, 그림 하나 없이 글씨만 빽빽한 책을 읽으면서도 즐거워할 때... 그리고 지난 주말처럼 몸에 맞는 새 자전거를 구입할 때.


몇 주 전 생일 선물로 주문한 자전거를 찾아왔다. 인터넷으로 치수를 확인하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큰 바퀴와 높은 안장에 순간 움찔.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으니 일 년에 십 센티 넘게 클 것이고, 지금 딱 맞는 사이즈의 자전거를 산다면, 얼마지 않아 또 새 자전거를 장만해야 할 판. 이런저런 계산 끝에 넉넉한 사이즈의 자전거를 주문했는데, 이거 돈 몇 푼 아끼자고 너무 큰 걸 골랐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식구들 자전거를 나란히 세워보니 애 자전거 바퀴나 애아빠 자전거 바퀴나 그 크기가 비등비등하다.


첫째 아이가 새 자전거를 들여오자, 둘째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그동안 형아가 타던 자전거 옆에 딱 붙어 섰다. 언제 어떻게 꺼냈는지 헬멧까지 가져와서는. 바퀴가 두 개 달렸으면 다 똑같은 자전거 아닌가? 열 살도 채 안 된 녀석이 자전거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한다.  옛날에 타던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뒷바퀴만 걸리게 되어있는데, 물려받게 된 형아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앞 뒤 둘 다 걸리고, 기어 변속을 몇 단을 할 수 있으며, 마운틴 바이크라 풀 서스펜션 포크가 달렸다나 뭐라나... 여하튼 지난 삼 년간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꿈의 자전거를 드디어 품에 안은 둘째도 신이 났다.


자전거가 아이들 맘에 쏙 든다니 흐뭇하기도 하지만, 둘 다 크지 않을까 싶은 게 영 불안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자전거 테스트를 해 볼 겸 동네 공원을 돌았는데, 내가 아무리 있는 힘껏 페달을 굴러도 이제 앞서 나가는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사실 자전거는 내 예상대로 조금 컸다. 안장을 최대한 내리고 앉아도 까치발을 한 양발이 땅에 닿을까 말까. 그래도 아이들은 금세 자신만의 요령으로 자전거에 풀쩍 올라앉아 몸을 오른쪽 왼쪽 또 오른쪽 왼쪽 들썩이며 앞으로 쭉쭉 나간다. 한참을 가다 다리를 곧게 펴서 한 발로 페달을 밟아 선다. 그러고는 다른 한 다리를 엉덩이 뒤로 들어 올려 넘겨 가볍게 자전거에서 내린다. 우아한 몸짓의 발레리노처럼 사뿐히. 저만치 앞에 서서 "엄마아! 빨리와아!" 외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괜히 맘이 찡하다.


너희들, 언제 이렇게 큰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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