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이만오천 원짜리 마티니를 마시며
우리는 애매한 가난의 섬에서 온 사람들
이만오천 원짜리 마티니를 마시며
삼십오만 원짜리 닌텐도 게임기를 들고
네평하고도 반짜리 관 안에
해진 발을 욱여넣는다
섬에 복숭아나무를 심었어
이제는 빚을 다 갚았거든
섬에 나무를 심는 동안 눈엔 주렁주렁 거미줄이 걸렸다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끼면 눈이 나빠진다니까
안경을 다시 맞추지 그래
세상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살기 싫어서 그래
중얼거리지만
다독여지지 않는 건 가난만은 아니고
겸연쩍게 안을 수 있는 건 경솔한 마음뿐이었다
이곳저곳에 불려다니느라 바쁜 가난 대신
나는 부지런히 증명서를 떼러 다녔다
죄송하지만요
이 정도 가난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슬픔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도 이기고 싶지 않아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엉엉 울다
슬그머니 해진 발을 감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