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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롱 May 13. 2021

우리는 애매한 가난의 섬에서 온 사람들

시_이만오천 원짜리 마티니를 마시며

우리는 애매한 가난의 섬에서 온 사람들

이만오천 원짜리 마티니를 마시며

삼십오만 원짜리 닌텐도 게임기를 들고

네평하고도 반짜리 관 안에 

해진 발을 욱여넣는다


섬에 복숭아나무를 심었어

이제는 빚을 다 갚았거든

섬에 나무를 심는 동안 눈엔 주렁주렁 거미줄이 걸렸다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끼면 눈이 나빠진다니까

안경을 다시 맞추지 그래

세상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살기 싫어서 그래

중얼거리지만


다독여지지 않는 건 가난만은 아니고

겸연쩍게 안을 수 있는 건 경솔한 마음뿐이었다


이곳저곳에 불려다니느라 바쁜 가난 대신

나는 부지런히 증명서를 떼러 다녔다


죄송하지만요

이 정도 가난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슬픔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도 이기고 싶지 않아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엉엉 울다

슬그머니 해진 발을 감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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