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은 내 것이 아니다...

둘째 이야기(1)

by Esther Cho

2018년 여름이 끝나갈무렵..


당시 고3이었던 첫째아이는 집에 없었다.

저녁을 먹은후 나는 설거지를 하고있었고

남편은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있었다.


막내이자 늦둥이인 둘째아이는 한참 2차성장이 나타나는 중2였다.

아침에 일어나 자기방에서 나올때마다 키가 커져있었다.

거위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게임에 몰두하다가,

감정컨트롤을 못해서 게임사이트에 징계를 먹기도하고,

그 덕에 지 형 아이디로 게임을 하기도 해서 지 형한테 싫은소리를 듣기도 하는...

질풍노도의 동굴을 한참 통과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시댁쪽 집안의 내력이자 DNA를 몰빵한 둘째는,

살짝만 웃어도 눈가가 야사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눈웃음에, 오동통한 볼살에도 퐁실퐁실 들어가는 보조개를 갖고있었다.


그녀석의 보조개를 보고있을때면,

아~주 어렸을적...그러니까..국민학교 시절,

아침마다 차렷~!경롓~! 을 외치던,

아주 예쁘고,공부잘하고,세련되게 묶은머리를 하고 다니던 반장(여자)이 일어나서 국어책을 읽을때마다 볼에 패이던 그 보조개가 ...

샘이 나도록 모든걸 가진 그 친구가 그것마저 갖고있던....

그 보조개가 짜증나도록 갖고싶어서,

다른 몆몆 여자애들이 하던짓(?)을 따라서

꼬챙이같은 무기(?)로 볼따구를 쑤시고 있었던....

웃프던 옛날의 내모습이 생각난다.


아이러니하게,

나도 없고,

우리 친정집에도 없는 보조개의 DNA를,

결혼한지 8년후에 태어난 늦둥이 녀석이 갖고태어난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잘못을 해도,

베시시 웃으면,

나는,

유초년 시절부터 내 로망이던 보조개에 무너지고,

남편은 사내녀석인데도 야들야들 웃음이 베어나오게 하는..그 눈웃음에 무너졌다.


그랬던,

우리 부부의 심장이 무너진...아니, 무너질뻔한 일이 일어났다.


다시,

2018년 여름...그 주말저녁.


벽에 붙어있는 조그맣던 그 무언가가,

모기인지 그저 때검정인지가 구별이 안되서,

ㅇㅇ야~저거 모기아니니?

얼른 잡아야 해~~

둘째가 모기라는 소리에 일어나 다가오는걸 보면서 나는 뒤돌아 주방으로 향했다...

(우리집은, 바로 요 늦둥이 둘째녀석때문에 여름이면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는데,

모기와 왜 그토록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게 됬는지는 다음편에 하기로~~^^)


그 순간~!!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00 아~!!00아~~~!! 왜그래??눈 떠봐~!!ㅇㅇ아~!!

라고 외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고,

뒤돌아서 내가 본 건,

둘째아이가 실신으로 그 커다란 몸집의 등짝을 거실에 대고 누워있는 광경이었다....


이미 쓰러지면서 거실테이블에 찧었는지 입술에선 피가흐르고 있었고,

남편은 심폐소생술을 한답시고 가슴을 압박하는 중이었다...


나?

나는...몰 했더라....


기억이 나질않지만,

나중에 남편말론,

119가 몆번이야? 응? 119~119~

라는 말만 중얼거리더란다~~


어찌어찌하는 와중에 아이는 눈을떴고,

급한대로 응급실에서 찍었던 머리 X-ray는 일단 아무 이상이 없었다...


사실,

둘째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그때도 여름이었던걸로 기억함)이유모를 두통에 시달리곤 했었다.

내과 병원에서 할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했는데도 뚜렷한 원인이 나오질않으니, 내과에서는 진단서와 소견서를 써주며 S대학병원의 뇌 신경센터로 보냈다.


처음엔,

조금 겁이 났지만,

크느라 그렇겠지...

여자애들이 초경이 다가오면서 종종있는 빈혈처럼...사내녀석들은 갑자기 골격이 커지며 급성장하느라 성장통도 오는데...(실제로 둘째녀석은 짧은기간동안 키가 부쩍부쩍 자라느라 성장통으로 밤에 열이나고 잠을 못 이루던날이 많았다..)


문진과 뇌파검사등의 비교적 간단한 검사가 있은 후, 뇌 신경센터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진료실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난다....


경험해본 부모들이라면 알것이다...

그...도망가고싶도록 무시무시한 공포를...

의사샘한테 아무런 얘기도 듣고싶지 않은...그...기분....


아무말씀도 말아주세요~~!

아무얘기도 듣고싶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대도 그냥 우린 이 아이를 키울거에요...!!!

라고 소리라도 치며 의사샘의 목소리를 막고싶은 심정을....


두근두근 나대는 심장을 진정시켜가며 진료실에 들어가 앉았더니,

젊은 남자의사선생님이 대뜸 씨익~웃으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는 정상이란다~

(그 전 내과에서 검사했던 CT와 MRI의 판독 CD를 갖고갔다)


아이가 워낙 예민해요...몬가 맘에 안들면 토하기도 하고, 긴장되는 시험같은게 있으면 설사를 한다거나, 얼굴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기도 하구요...

했더니,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신경성..예민해서..생기는 `병` 은 없단다.

몬가는 몸속에 약한부분이 있거나 병이 있는데,

그것이 예민해지거나 신경쓰거나 할때 겉으로 나타나는거라고.


결론은,아이 몸속 어딘가에는 분명 몬가 이상이 있는것같긴 하지만,

뇌는 아니라고.

이런증세의 경우, 뇌가 아니라면 몆퍼센트의 경우는 심장쪽일수있다고...


잠시 진정이 되었던 심장이 또 쿵쾅쿵쾅...


심장내과로 트랜스퍼 해주시는대로 검사날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벌써...

또 집 한 채만한 걱정거리를 어깨에 둘러멘채로 두 달 후에 잡힌 검사때까지 살아갈 일(?)이 너무너무 무거웠다...


첫아이가 태어나고 5년이나 기다렸다가 생긴 둘째아이가 남자라고 하셨던 산부인과 의사샘 얘기에,

딸이 아닌것때문에 서러워서...울어서...

그래서 요녀석이 그게 뱃속에서부터 스트레스였나...

벼라별 생각을 다 하며 집에 왔다.


두달후,

심장검사는..사흘에 걸쳐 진행됬다.

모..들어본적이 있는 심장초음파검사나, 심장박동검사를 위해 심장모니터를 단채로 24시간 기록을 보는 검사는 그나마 오며가며 많이 들어봤던 검사고...

머리에 무슨 약물을 바르고 심장과 머리에 영화에서만 많이 본것같은 이상한 기계를 붙여놓고 약물투여 후에 뇌파와 심장 머시기의 머시기를 기록하면서 두시간가량을 지켜봐야한다는 .. 이름도 어려운 그 검사는,

결국 아이가 견디질 못하고, 졸도를 하는바람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원인을 찾아버렸다.....ㅜㅜ


병명을 찾았다...


소아청소년과 내의 심장내과 전문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종의 심장기형이긴 하지만)

살면서 크게 불편하진 않을거라고...

혈압이 급하게 낮아지거나 두통이 잦을수는 있으니 약물복용으로 얼마든지 아무렇지않은 일상생활을 할수있을거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평생안고 살아야한다는 얘기에만 꽂힐수밖에 없는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엄마였다...


병의 원인을 알게된 중2..그 이후로,

내가 한일은,

(지금 생각해도 좀..유치할정도로..우습긴 하다~;;)

일단,

학교 담임샘한테와 체육샘한테 연락을 해서,

동급생한테는 비밀로 해주시는 조건을 달아,아이의 상황을 다 얘기해주며,

혹 실신이라도 할때 2차부상이 생길수있음을 살펴봐주셔서 집에 연락해주실것을 당부하는 일이었다.

아이가 학년이 바뀔때마다..고3때까지 해마다 학기초에 그 연락을 해놓는것이 내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학교와 집이 아닌 길에서 혹 쓰러질까봐 버튼을 누르면 비상호출소리가 울리는 호신용 sos호출기를 책가방에 달아놓기도했다.


중학교때까진 책가방에 잘 달고다니더니(본인도 한두번 쓰러져보니 무서웠던것~^^;;)

고딩이 되고나니, 호출기부터 떼버리고,

학교선생님들한테도 얘기하지말고,친구들한테도 얘기하지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물론,알았다고 하고,

나는 담임샘들한테는 고지를 해놓았다~

그게 나중에 담임샘들이 겪어야할지도 모를 고충을 미리 방지해줄수있는...엄마가 할수있는 책임이니까.


모..

대딩이 되고 난 뒤부터는,

약을 복용하지않고도 피곤이 극에 달해 몸에 무리가 오기전에,

전조증상이 나타나려고 할때,

등을 본인이 미리 컨트롤할수있는 능력이 생긴것같아서,

여행갈때를 제외하고는 약을 챙기지않는다.


현재까지,

영양제 한두개를 복용하는걸 제외하고는,

심장약을 따로 복용하지는 않는다.


주변 지인들한테도 굳이 얘기하지않으면 모를정도로 아~~~주 평범한 대딩생활을 즐기고 계시다~~^^


그래도...

둘째의 심장이...

그게 어디 그 아이 것인가말이다...


모두 내 심장이다...


아이의 아픈 심장도.

무너질것같은 내 심장도..

울기도 울고,

붙잡기도 붙잡고...그렇게...

다 내가 부여잡아야 할 심장이 아니냔말이다....


그러면서도 또...나는...조금씩 깨달아가는 엄마가 되어간다...


이..내 심장또한...내 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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