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딸내미
자두는...
만화를 좋아하는 내가 지은이름이다.
만화프로그램 `안녕~자두야~!` 에서 주인공 이름을 따왔다....
내가 대학다니던 무렵 분당으로 이사왔을때, 이웃에서 살던 요크셔테리어 어미로부터 쌍둥이가 태어났고,
엄마는 주저없이 그중 암컷한마리를 데려와 내 동생으로 호적에 올렸다.
늦둥이 막내로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고(?)살았던 나는 그 후로 찬밥이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던 오빠.언니들이 독립,결혼을 해서 나가고 큰 집에 덜렁 엄마.아빠.나...세명이 남아서 빈방이 두개나 있었던 분당 아파트에,
새로 막내로 들어와 떡하니 방 하나를 차지하고 들어앉은 요크셔테리어 여동생 `장미`.
엄마는, 고3입시때인 나한테도 그리 안해주었던 온갖 지극정성을 다해 막내 개딸을 사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장미`는 엄청 똑똑했던걸로 기억에 남는다.
지금처럼 *투브가 유행했더라면,그리고 내가 장미와의 일상을 찍어올렸더라면,
순식간에 구독자가 백만이 넘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로인해 나는 죽을것만같았던 고3시절을 미련없이 내팽개치고, *투브 수입으로 갈아탔을............망상이 들 정도로 명석한 요키(요크셔테리어의 줄임.애칭)였다...
하지만,
내겐 아픈 기억과 깊은 상처-트라우마로 지금껏 남아있는 녀석이라....나는 다시는 반려견을 들이지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장미가 그렇게(?)비명횡사 한 이후로 석달열흘을 통곡하던 엄마는 또다시 비슷하게 생긴 요키를 한마리 다시 입양해서 키우기시작했다.
그 요키녀석--쎄리--은, 장미의 빈 자리를 꽉~꽉~채우고도 남는 애교덩어리로,
엄마.아빠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노환으로 별나라로 가기까지 16년이나 안방을 독차지했다.
쩝......어쨌거나....
2009년 무렵부터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하던 2012년까지..두 아이들과 남편은 무려 3년을 나를 괴롭혔다.
강아지~강아지~~~노래를 하며,
날 설득하고,조르고,시위(?)를 해가면서.
결국.
B형종족 3명이서,
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맞은..)O형인 나를 삼판 삼승으로 이겨먹은것이다.
KO패에 두 손 든 내가 허락한것은,
이미 계약서의 주도권을 잡은 그들-B형종족-에게,
배변훈련 확실히 시킬것-
산책은 알아서 시킬것-
털갈이 심한종일경우, 털을 밀것-
(난 만성 천식이 있음..ㅡ.ㅡ)
라는....어차피 지켜지지못할걸 알고있는, 수모를 감수한 형식적인 약속을 받아내고 입양을 결정했다.
닥스훈트 카페를 검색하고,
입양으로 올라온 베이비닥스들 사진들도 정독을 하듯 열람하고,
장모냐,단모냐...장.단점도 분석하고...
(애초에 견종을 닥스훈트로 결정해놓고 행복한 분석에 들어갔음...물론, 그들...B형종족들이..)
온 가족이 새 식구를 맞이하러 두근대는가슴으로(사실...개를 엄청 좋아하는 나로서도 설레일수 밖에 없는..)
견사를 방문했다.
처음 약속한건,
검정색 장모로 수컷 닥스훈트 베이비를 데려오기로 했었다.
종견(아빠)과 엄마의 사진을 미리 확인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4마리의 베이비들이 케이지안에서 미리 약속하고 간 우리식구들을 기다리며 꼬물락 거리고 있었다.
견사의 닥스훈트 대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보통은 건강하고 혈통좋은 소수의 종견과 선별해서 결정된 암컷을 교배시키고..그렇게 태어난 베이비들의 건강검진후, 기본접종이 무조건 다 끝난 4개월후의 베이비들만 분양한다고 하신다.
그런데,
우리를 기다리고있던 그 베이비들은,
견사에서 계획(?)된 교배에 의해 태어난 베이비들이 아니라,
견사안에서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진 엄마.아빠 닥스 사이에서 태어난 특별한 케이스의 아가들이란다...
견사 식구들도 얼마나 어이없고 웃었는지 모른다고...
그런데,
이렇게 즤들끼리 좋아서,사랑해서 태어난 베이비들이, 사람과 똑같이 건강하고 똑똑하며, 사랑이 풍부하여 성격도 좋다고하시며,
심사숙고하느라 여러번 메일로 질문하고 상담했던 우리가족에게 딱 어울릴것같다며 권하시는거란다~~
참, 일리가 있는 설명이셨고,
그렇게 눈이 맞아 사내연애를 해서 사고친 닥스들의 사랑의 열매들을 고귀한 아름다운 생명으로 우리한테 소개하시는 사장님께 믿음이 안갈수가 없어서 케이지로 다가가서 꼬물이들에게 말을 붙여보았다.
미리 사진으로 봐 두었던--검정색 사내녀석--놈이 보였다~
손을 넣어 털을 쓰담쓰담 해보려는데,
그 순간~그 순간~~
엄청 큰 눈으로 나랑 아이컨택을 한....갈색의 암컷이 ... 그녀석이....나를 간택했다...
내가 선택받았다....
3남1녀의 그 베이비들중 유일하게 암컷인 갈색 닥스가....다가와서 내 손가락을 물었다...깨알같은 이빨이라 아프지도 않았지만,
그 녀석또한 콱 문게아니고,
내 손가락을 깨물깨물~하며 놓지않고 내게 친근감을 표현했다...
마치...엄마~나야~왜 이제왔어~?
하듯..아~주 당연하듯...
그렇게..
아들만 둘인 내게,
막내딸로 호적에 올리게 된....
막내 딸 자두...
옛날...내게 큰 슬픔을 안겨주고 별이 된,
장미가 떠오를만큼 영특하고, 똘똘하면서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개 딸래미 우리 자두가...우리집 다섯번째 가족이 되었다.
2012년생 장모닥스훈트 .암컷
지금은 13살....개 나이로는 90대가 된 자두.....
부르는것도 모를정도로 잠에 빠져들땐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먹을것 앞에서 나한테 눈짓하나로 자기앞에 갖다바칠것을 종용하는...내 머리꼭대기위에 앉은 늙은 개 딸....
10년넘게 한지붕 아래서 살면,
굳이 낑낑대거나 짖지않고도,말이 통한다.
자두는...내게 말을 하고,
나는 자두의 말을 알아듣는다...
함께 사니까.
교감하던 세월이 우리의 지난날에 있으니까.
예전의 그...장미처럼...
어느순간, 자두도 별나라로 떠나겠지만...
그때까진 가족이니까.
뭐든 함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