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건

by Esther Cho

...3~4번쯤 본것같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나는 영화광이다.

좋아하는 영화는 횟수가 무색할정도로, 대사를 외울정도로 몆번이고 보는편이다.


가끔씩 케이블에서 좀 지난 영화들을 볼라치면,

남편이 묻는다.

언제나온 영화야?

제목이 모야?

어떤 내용이야?

.

.

.

난 그럴때마다,

그냥 봐~~

하며 핀잔을 준다.


다 물어볼거면 뭐하러 영화를 보느냐구.


내가 가끔씩 누구누구를 만났을때,

나랑 다른코드의 아줌마들을 만나고 와서,

맞지않는 대화들에 에너지 눌러가며 기를 빨리고는 곱씹고 곱씹은 생각을 가라앉히지 못하고,그들의 얘기를 주절주절 풀어놓을때마다,

남편은 눈으로는 티비화면속의 축구경기 스코어에 집중하면서,

가끔 한마디를 던져서 결국 내 얘기를 끊어놓는다.

`그래서? 어떻게됬어?`


결론이 중요한종족이다...


내가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드라마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크다.

(물론, 요즘 드라마역시 현실과는 씽크로율이 많이 엇나간다는것도 인정하는바이지만, 그래도 많이 사용하는 소제나 주제등은 사회나 가정에서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만한 이야깃거리니만큼.)


현실과 완전히 다르기때문에 맘놓고 감정이입을 할수있다는거.....


현실과 너무 많이 다르기때문에,

완전히 영화에 빠져들어도 그닥 죄책감같은 감정에 깊이 빠지지않아도 된다는거...


내용에 몰입하고,

동조하고,

울거나 웃어도,

옆에있는 누군가가,

삶이 힘든가보다...하고 내 삶에 내 몰입부분을 비추어 볼 확률도 적다는거....


그러면서,

결론 또한,

현실과는 멀리 동떨어진... 쌩뚱맞은 사필귀정이나,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도 오히려 이상하지않고,

또,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잔뜩 욕을얻어먹

엔딩이어도 괜찮다는거...


그만큼..나는,

다른이들에게 내 삶이 비추어진다거나, 살짝이라도 귀퉁이 한자락이 들춰지기라도 하는걸 상당히 꺼려하는 극소심한데다가,

누가봐도 아무걱정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 중년여성으로 비추어지길 소심하게 바랄정도로 단순하고, 눈물많은 겁많은 50대 아줌마다.




영화 `수상한 그녀` 는,

주인공 할머니가 다시 20대로 되돌아가는 환타지영화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나이가 들고,신체가 내말을 잘 안듣게 되는....갱년기,노년기에 들어서도,

늘 마음만은 청춘~

이라든가,

늘 마음만은 10대,20대...라고들 한다.


그런데, 영화 `수상한 그녀` 에서는,80대의 노인의 몸이 20대로 되돌아갔는데,

거꾸로 머릿속과 가슴속은 80대라서,

일어나는 웃지못할 헤프닝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엉키고 설키는...다소 산만할수도있는 환타지영화다.


벌써 여러번 본 이 영화에서 최근 특히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한 장면이 하나있다.


주인공이 정상적인 나이80대였을때,시니어알바를 같이하던 카페에서 만난 연적인 할머니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장례식장을 찾은 20대의 몸으로 변한 주인공의 그...눈빛이다...


주인공역할의 여배우(심은경)가 너무 표현을 잘 해주었는지...

그...머릿속과 가슴속은 80대인 겉모습 20대의 그...할머니가,

꽃같이 예쁘고 여시같다고생각했던...직장의 라이벌인 그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던...

20대몸의 주인공이 80대 할머니의 미묘한 그 눈빛을...너무 리얼하게 연기했던것이...

내 가슴을 후볐다....


저렇게....

순식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람이...

죽기도 하는구나...

비록 몸은 노인이지만,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거뜬히 해내기도 하고,

또래 할아버지의 마음을 훔치기위해 요염을 떨기도 하며 본인의 여성성을 마음껏 내뿜기도 했던...

너무도 죽음과는 거리가 먼것같았던...

그런...

죽음이...

있구나...

순서가 없이...

누구나...

미리 알지도 못하는 새에

죽음이 다가오는구나...


이런 눈빛을...


작년 어느즈음에 봤을때랑 또 다르게,

재작년,

아니, 몆년전에 봤을때랑은 또 다르게,

한꺼번에 내 가슴속으로 훅~하고 들어오는걸...막을수가 없다....


요양병원에 입원해계신 친정엄마랑 통화할때마다,

거동이 힘든엄마는 항상 해결해야할 행정적인 문제를 나나 언니한테 지시한다.


매월 며칠에 무슨 우편물이 오니 우편함에서 그걸 챙겨서 가져와라.


매월 말일까지 관리비를 내야한다.


전기세와 수도세는 말일이 아니라 며칠까지 내야한다.(엄마가 사는곳은 옛날식 연립주택이라 전기와 수도세를 공용으로 부과하게끔 되있다)


등등.


해야 할 일조차 내일...내일...로 미루고,

내 차를 어디다 주차했는지도 깜빡해서 엉뚱한 층에서 찾아헤멘다거나,

남편차를 갖고 쇼핑하러가서는,

주차확인할땐 내 차번호를 대고,

확인안된다는 직원한테 짜증을 내기도하는....


대책없이 단순.무지한 나에비해,

80대 라고 하기엔 너무 총명하고 똘똘하기까지한 우리 엄마....



운전조심해라~애들 꼭 마스크 끼고다니라고 해라~

잔소리의 홍수인 엄마와의 전화통화때,

무심코 던진 내 대사는,

그 똘똘하고 촉이 밝은 울 친정어무이를 결국 울리고 말았다....


엄마~

가는데 순서가 어딨어~

이러다 엄마보다 내가 먼저 갈수도 있지~

지금 오빠도없고(미국에 살고있음),

큰언니도 없고(호주에 살고있음),

내가 먼저 가면 짝은언니랑 엄마가 내 장례치러야할테니 재활운동 열씨미 해서 빨랑 퇴원이나 하셔~~


라는말을 던져버렸다.


하루에도 여러번 씽크홀처럼 확~꺼졌다가,

일주일만에 산책나간 우리집 산이처럼(닥스훈트)

도파민 수치 최고조를 찍기도하는 내 감정기복이...

기어코 요양원에 계신 외로운 내 친정엄마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가 꽂혔다....


그래도,

대문자 T인 B형종족들과 26년을 살아서그런지,

꽤나 침착하고 현실적인 냉정함으로,

14살,12살 된 강아지들의 장례식을 치를 마음의 준비와 사전 준비과정을 숙지해놓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하는요즘...


이젠,

적당히,

50대스럽게 살려고 노력한다~


이젠,

기미가 가득 낀 얼굴을,

일부러 피하려고 거울을 안쳐다보려고 하는 짓 따위는 안하려고 노력한다~


이젠,

늘어진 피부를 눈꼬리 옆 관자놀이까지 땡겨올려서 ..이정도면 ..? 이정도면...?하며,

쁘띠성형외과를 검색하던짓도 그만뒀다~


그리고,

반세기를 넘게 산

사춘기.갱년기를 겪은 중년여인답게

적당히 촌스럽고.

적당히 아줌마스럽고.

적당히 궁상맞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이젠...


삶을 포기하고 싶을정도로,

치열하고 고통스러웠던..19...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온몸을 부르르 떨며 되돌아보지 않을정도는 됬다....


적당히 50대스럽게 살자고 다짐한다...


늦둥이 둘째 또래친구들 앞에서,

늙은엄마로 보이기싫어서

화장을 덧칠에, 덧칠하지않아도,

그닥....나이들어가는게...

늙어간다는게...

그닥...


힘들지만은 않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나보다..라는 생각이든다..


내가 곧 별나라로 떠날 개딸래미,개아들래미를 위해 장례업체를 선정해놓듯이,


우리 아이들도,

첫째랑 둘째가 상의해서 상조도 정하고,

빈소도 지키고...하겠지...


그래서 어쩌라구...


다들 그렇게 사는걸..


그게 ..

가장 자연스러운걸...


이게..

55세 되는 생일날 하게되는 생각.

..이면,

또 울 어무이가

한바탕 우실라나~~~~~~~^__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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