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2)

by Esther Cho

그래서,


결국,

새로운 도시-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내 백수생활이 시작됬다...


분당에서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이곳,새로지은 아파트를 선택한건 순전히 우리의 결정과 선택이었으므로,

아직은, 아파트 주변의 상권이랄지,

각종 편의시설및 의료시설등이 열악하다는것정도는 한동안 감당해야 할 각오정도는 되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예상대로,

새로지은 아파트의 최첨단(?)경비시스템,주차장시스템,

그리고 각종 주민편의시설도 그동안의 오래된 구식아파트에서 누려보지못한 것들이었으므로, 남편이 퇴근한 후 저녁에는, 새로 발견하게된 신문물들의 얘기들로,서로 촌스러운 대화를 나누는게 일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양상의 백수가 되버린,

거기에 젤 나쁜-귀차니즘과 게으르니스트의 온상인 내 얘기다...

(이 아래로 쓰는 내용이 `극`은 아니다라는걸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평범하거나 보편적이진 않지만, 내가 돌아다니는걸 싫어하는 집순이 계열의 50대인걸 감안하길.)


사람나이로 80대가 된 닥스훈트 두 어르신을 모시고 갈수있는..그러니까 , 걸어서 갈수있는곳은 총 12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나 놀이터,정원이 전부다.


(물론, 요즘엔 주민 커뮤니티센터등이 잘 되어있어서, 단지내에 어린이집도 있고, 단지내에 카페도 있고, 단지내에 애견놀이터도 있다. (실내에는 gym 센터와 실내스크린골프장도 있음)

그러나 지금은, 어린이집 외에 다른건 아직 운영을 하지않고있다.운영 인력을 아직 못구했지싶다..)


그것도 네자리 숫자로 시작되는 우리집 3***동과, 3***동, 3***동, 3***동,3***동..

(12개동 밖에 없는 아파트인데, 동 숫자가 천단위임...ㅡ.ㅡ;)

이렇게 네개의 동앞에 만들어진 단지내 정원이다.


총 12동인 아파트는,

네 동을 기준으로 단지가 조성되있는 형태다.


나는 건축학에 대해선 0.1도 모르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아파트입구 지하주차장과 그 주차장이 연결된 각 네 동의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로비)이 있고,

그 현관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집이지만,

그 현관 로비엘베를 지나쳐서 반대쪽 밖으로 나오면 네개의 동이 펼쳐져있는 단지내 정원이 나타나는것이다.


그런식으로,

첫번째 주차장에서 한층 올라간 주차장에서 또 같은방식으로 두번째층 로비엘리베이터가 있고,엘리베이터를 안타고 지나서 밖으로 나오면 아래와는 다른 네개의 동과 단지내 공원이 조성돼있고...


이런식으로 총 세 층으로 나뉘어서 12개의 동이 건축되어있는 형태다.


세대수에 비해 주차장 공간도 충분하고,

주차를 하고 우리집 라인의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동선도 멀지않고,

출차와 입차의 방향도 각각 다른색으로 바닥에 라인표시 되어있고...

주차장에서 차가 어디있는지 찾는게 주된 업무다시피했던 나같은 방향치 아줌마한테는 여러모로 아주 반가운 공간이 되긴했다~


문제는,

로비엘리베이터를 표시해놓은 L1층...이라는 엘리베이터는,

각 네개의 동마다 표시가 다른것이다.

또한, 주차장을 표시해놓은 P1층..인 표시도 동마다 다르다는것.

예를 들어,

A동에서 P1층과, B동에서의 P1층은 다른 주차장이 되는것이다...

짜증이 날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내가 아파트 회사를 상대로 몰 할수있겠는가..


처음 2~3주 정도는 닥스님들을 모시고,

여기저기 싸돌아댕기며 방향과 길을 익혀놓기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런데...도무지 익혀지지도 않고,

익숙해지지도 않는것...

(이건 나 혼자만의 짜증이 아니다.,아파트 내 생활지원센터(구 관리사무실)의 젊은 직원들조차도 불만을 드러낼정도...)

슬슬 짜증이 났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화가 바짝 오르게 된 작은(?)사건이 있었다.


택배기사분이 우리집으로 와야할 택배를 다른동의 우리집과 같은 호수로 배송시켰던것.

나는 우리집 그 택배--(애견사료 5키로짜리였음...)를 찾아서 가져오기위해....

그러니까,

우리 단지내의 같은 아파트 옆동(단지내 다른층)을 가기위해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단지내의 현관지형을 탐색하며 돌아다니다가,

혈압이 상승함과 동시에 호흡이 가빠지는 순간, 그 동의 현관을 찾아냈다.

(못찾아냈으면 택배기사분은 내 하이소프라노 목소리를 전화기를 통해 들었을것이다...)


안도의 호흡도 잠시...


그 현관의 공동현관 비번을 몰랐다...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사정얘기를 할까했지만, 점심시간이라 전화응대를 안하는 시간이었다...


나는.....그냥 돌아올수밖에 없었고,

우리 동 우리현관으로 되돌아오는 길또한 똑같은 코스로 헤메다가 겨우 귀가할수있었다...

결국,

우리아파트 단지내에서 4~50분가량을 치매걸린 노인처럼 헤메고다녔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짜증이 나고 우울해졌다.....


퇴근하고 온 남편한테 그 얘길 줄줄이 늘어놨다.


복잡하게 지어진 아파트 시스템을 탓 할줄알았던 남편이,

나를 타박했다.

그렇게 길을모르냐고.

그렇게 방향을 모르느냐고.

모르면 좀 알려고 노력을 해보라고.


아파트는 아무 죄가없는데,

멍청한 50대 아줌마의 잘못이 되버렸다....


새 집의 구조,인테리어등이 아주 맘에 들었던 남편은 전에없던 아파트 네임브랜드 자체를 맘에들어했고,건축사,시공사까지 칭찬하기 시작하는것에 그치지않고,

아파트 내 조경과 입구 구조물을 만든 작가가 아무개 유명작가라며 그것까지 아~주 맘에 들어했다.


이미 새 아파트의 모든걸 맘에들어하는 남(의)편의 타박을 더 이상 듣고싶지않았던 나는 이제는 로비층을 나가서 딱~~네개의 동만 보이는 정원에만 닥스훈트들을 모시고다닌다.


그것도 혹여 건물 모퉁이를 돌았다가 방향을 잃을까봐, 정원에서 우리집 주방창문이 보이는 반경에서만 맴맴돈다...


사실...


이런 내가,

내가 생각해도 아이러니하긴 하다...


왜냐면,

이렇게 남편의 타박을 들을만큼 길치,방향치인 내가, 운전은 또 아~~무 문제없이 잘 하기때문이다.


잘 한다는 기준은,

옛날에 네비게이션이 없었을때부터 운전을 했던 경력...30년 넘게 접촉사고 한번 없는 베스트드라이버라는 사실이다.

(남편도 애들도 다 인정함)


그래서 하나님이 공평하다고들 하나부다.


하나를 주시면 하나는 포기할줄 알도록 하시는.


오늘 닥스훈트 어르신들을 뫼시고 산책을 다녀온 나는,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우리아파트의 전체 도감도를 하나 캡쳐했다.

(물론, 봐도 모르지만~)

일단,

어떤 테마로 12개의 동을 4개동으로 나눠서 단지를 조성했는지 알고싶어져서다.


진짜로 웃긴건...


나는 50중반.. 이나이가 되도록

주택집에서 살아본 기억이 없다.

주택집 골목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은,

시골 외할머니댁에 놀러갔을때 뿐.


내가 기억하던 옛날~아주 옛날부터 나는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다는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에서의 삶의 패턴은, 아직도 나를 굴복시키지 못하고있다....


언젠가 내가,

더 나이가 들면..애들이 다 장가를 가서 자리잡으면,우리도 제주도 시골집 하나 고쳐서 마당있는집에서 살고싶다...

라고 남편한테 얘기한적이 있는데,

그때도 남편은 내게 핀잔주는 말투로 이렇게 얘기했었다.

자긴 주택에서 절.대.못살걸~

벌레도 싫어하고,낮선사람도 무서워하는데,

시골집같은데서 퍽이나....한달이상 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

.

.

글쎄....


반세기 넘도록 도시에서만 살아온 방향치 아줌마가 말이지...남은 여생(?)을,


최첨단 시스템으로 갖추어진 고층 아파트를 선택할것인가,

한 눈에 건물보다 푸른하늘면적이 훨씬 많이 보이는 마당있는 집을 선택할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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