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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들의 예찬 Feb 03. 2016

착각(錯覺)

 井中蛙不知大海

착각(錯覺] : 어긋나서 이해함.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  
어떤 사실(Fact)을 본인과 동일시하여 판단력을 잃어버림

직장인에게 가장 자주 접하는 단어는 아마도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조만간 시간 내서 함 보자"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이유는 오차범위 ±0.1% 수준의 99.9%가 "먹고살기"위해서 일 것이다.
 직장생활은 적성에 맞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물론 아주 드물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 취미생활로 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한 "생계 목적(生計目的)"이 아닌  "생계수단(生計手段)"인 것이다.



우리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Money"가 필요하고, 이를 얻기 위해 조직의 조건에 순응해야만 하는 현실에 길들여져 왔다.
우리나라에서 "우등생"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말하는데, 곧 조건에 순응하는 것과 일치한다. 조직은 보수적이기에 겉으로는 "창의성"을 외치지만 결국 조직의 논리에 조건대로 순응하는 소위, 우등생 직원을 선호한다.
즉, 상사가 지시하고 명령한 것에 대해 "질문 없이 답"만 열심히 찾아 성실히 조건대로 순응하는 직원을
"우수직원"이라 칭하고 종무식 때 표창까지 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이 던진 "문제와 질문에 대한 "Why"보다는 "Answer"에 집중되어  애완견처럼 길들여져 왔던 것이다.   


직장생활의 본질(本質)은"생계(生計)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파는 행위"로 "생활(生活)"이라는 표현 자체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게 현실이다.

생활은 살아서 활동하는 것인데 "팔린 시간" 나 자신의 자유의지에 기인한 활동이라 볼 수 없다.

어찌 보면 생계를 위해 선택의 폭이  제한된 "자발적 노예"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일지도 모른다.

요즘 시대엔 그마저도 힘들어지고 있다.


즉, 팔린 시간은 내 시간이 아닌 시간을 산 사람의 시간에 귀속되며 대가로 생계비를 매월 받는다.

 소위, 직장에 목을 매고 헌신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꿈, 즉 임원이 되는 것이다.
 임원이 되면 차량 지원과 부수적인 수당들, 고액 연봉(나름 직장인의 틀에서만), 권한 등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형차가 출고돼 직장 앞으로 탁송될 때 순간만큼은 직장동료와 부하직원들이 반드시 보아야만 하는 필수 명화로 기억되길 바랄 것이다.  

부러운 시선으로  봐줄 때만큼은 엔도르핀 수치는 생에 최고치를 기록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배우자와 자녀에 치이는 것보단 머리를 조아려주는 부하직원들이 있는 회사에서 직원을 부리며 오랜 시간 좌시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안락한 시간일 것이다.
그들은 불편한 가정보다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부하직원에게 맘껏 풀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고야 만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러야만 한다.
그 대가는 대부분 야근, 눈칫밥, 일 빼앗아 오기, 끊임없이 존재감을  인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일 만들기, 영혼 없는 멘트 등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사내정치를 뛰어넘어 소중한 "가정"을 담보로 제공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가정과 자녀를 위한 일"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결국, 육즙(肉汁)과 마블링(Marbling)의 맛을 이미 알아버린 자(者)는 단물이 빠지면 뱉는다는 것을 기억 속 저편에 던져놓은 채 치외법권(治外法權)의 특권을 가진 것처럼 본인은 아닐 거라고 착각하며 밤낮으로 고기를 찾아 헤멜 것이다.

 

그들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나가는 무명 씨이며, 옆집 꼬마에게는  운동복을 입고 주말 저녁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옆집 아저씨일 뿐이다.

 일자(一子) 어깨에서 힘을 좀 빼는 것은 어떨까?


 일전에 유명한 강사의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변화에 대한 강연이 있어 같이 듣고 싶은 지인에게 전화해 시간이  되면 같이 갈 것을 권유했었다.

 그의 대답은 명확했다.
  
 400억짜리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서 여간 바쁜 게 아냐~
 아마 주말 특근도 불사해야 할 것 같아.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혼신을 다하고 있어
 왜냐하면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 거든!
다음에 시간 날 때, 이번 건 마무리하고 함 보자!

물론 본인의 취향과 관심 밖 주제라서 변명으로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치열하게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인가?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야만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 가도에 장애가 없기에 혼신을 다해 헌신할 지도 모른다.
 최소한 눈 밖에 나서 생명줄을 다하게 될 경우 생계에 지대한 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성실하고 군소리 없이 주말을 반납하며 오로지 헌신하는 직원들을 선호할지도 모르지만

가정은 소리 없이 구토(嘔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일 시키기 편 한 사람으로 낙인찍힌 만큼이나 책임이 가중될 것이고 공모에 의한 암살의 표적(標的)이 될 확률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근도 안 하고 주말특근도 없이 정시에 퇴근한다고 찍히고 인사 불이익을  받는다면
 영혼 없는 회사에 영혼을 묻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무엇이 진정 중요한 가치인 것이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없이 맹목적인 복종(服從)은 잘 설계된
 덫(Trap)에 걸려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위해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시간은 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단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인간은 없는 시간도 쪼개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400억 프로젝트가 자기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은  칭찬받으면 회사가 자기 것이라고 착각한다.

 내가 대단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대단하지 않게 보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忘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도 풀지 못한 숙제를 가슴에 품고 "Why"를 떠올리며 직장으로 출근한다.


https://brunch.co.kr/@thy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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