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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들의 예찬 Mar 28. 2016

월요병 2

피할 수 없는 고통은 피해라.

주말

나름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주말.

일요일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월요일.

 

한 주간 쌓인 긴장감과 피로가 석고처럼 굳기 전에 금요일 저녁부터 두발 뻗어 몸을 달래어 본다.

하지만 십 수년간 차곡차곡 근육과 근육 사이에 정교하게 쌓인 이물질을 털어버리기엔 역부족 인 듯하다.


일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이 유난히도 낯설다.

따사로운 햇살 사이로 도로 옆 개나리 꽃이 고개를 흔들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머지않아 이 길이 출근길이라는 것을 알아채 버린 것은 도로 이정표에서였다.


발견


출근길과 전혀 다른 새로운 길.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세상이 눈을 간지럽힌다.

맘의 여유만큼이나 또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모든 건 그대로인데 내 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느낀다.  

연차휴가를 내 출근길을 복기(復棋) 하기 전까지는 나에겐 오로지 긴장감이 수반된 새벽 출근길 도로에 불과하다.


월요일신병훈련소에 입소해 월요병이라는 고된 훈련의 터널을 지나가는 지친 모습으로

화요일은 신병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배치받아 주특기의 새로운 임무수행을 앞둔 이등병의 깝깝함으로   

수요일은 다소 적응된 일등병의 가공된 의욕으로   

목요일은 약간의 여유 있는 상병의 자태

금요일퍼져버린 병장의 심정으로 퇴소를 준비한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한 주간의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과음을 해버리면 주말이 뒤죽박죽 되어 버린다.

마치 금요일 저녁에 자고 일어나니 월요일 새벽이 된 느낌처럼 비통하기 그지없이 마음과 몸으로 구토(嘔吐)한다.  


금요일 퇴근하는 시간에는 다른 요일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표정과 가판대 위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과 지하철 안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광(光) 속도로 지나가 버린다.

마음자세의 문제인가?

부정적인 마인드 문제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이 곳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연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Owner를 제외한 그 누가 직장에서 삶의 만족과 기쁨을 맛볼 것인가?

시급을 모아 한 달에 한번 지급하는 월급이라는 마약이 없다면 누가 부족한 잠을 뒤로한 채 직장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로열티(Loyalty)를 운운하는 그들에게 "월급"을 빼고 나서 다시 요구해보라 묻고 싶다.

직장에서 충성심을 말하는 그 자체가 모순이자 시대착오적인 생각 그 자체다.

직장은 근로계약에 의해 성립된 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장소일 뿐이다.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야근하고 회사의 가치 창출에 이바지한다 한들 어차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수순에 의해

귀가해야만 하는 곳이다. (물론 드물게 직장이 삶의 목적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만 하는 대가 치고는 얻고 싶은 것이 그다지 보이질 않는다.


삶의 가치와 행복은 직장생활에 몰입하면 할수록 반비례하게 되어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라는 군대 격언이 떠오른다.

말대로 군대에서 즐겨 쓰는 격언이다. 이왕 해야 하는 것이라면 인상 쓰지 말고 즐겁게 하라는 말이다.

물론 현명하고 지혜로운 말임에는 공감하지만 고통을 언제까지 즐길 것인가?

고통이라 생각하는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인가? 나름 긍정마인드를 가지고 Everything OK! 를 외칠 것인가?


부정적인 비판이 아닌 긍정적인 비판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피할 수 없다면 이를 갈고 온전히 받아들여서 자신만의 대비책과 무기를 하루속히 찾아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고 평생 마인트 컨트롤하면서 고통을 즐기게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기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고착화된 패턴을 이용하기 위해
이해시켜야만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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