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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하 Dec 28. 2021

빛과 수렁 사이

1. 추격 1 

추격이 시작되었다. 

차 안의 공기 흐름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하다.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기어코 쫓기 시작한 것이다. 왜 가만두지 않고 이렇게 집요하게 쫒는 것일까?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앞으로 나오지도 않고 서서히 나와의 거리를 좁혀간다. 차가 한대도 아니고 여러 대이다.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아니면 이들을 내가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조여 오는 포위망에 망연자실하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들이 예상할 수 없는 아주 시골길로 들어가야겠다. 그들은 나를 쫓는 것이 불법이고 이런 일을 벌이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히려 편안하게 차를 몰아야 한다. 그들의 토끼몰이에 당하면 안 된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골길로 운전을 해나갔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덜컹거림이 계속될수록 따라오는 차가 3대라는 사실을 내가 알게 되었다. 한 대는 은정이의 차이고 또 한대는 봉고차,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세단. 


이들이 나를 미행해서 그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시골길을 뱅뱅 돌기 시작하니 그들이 나를 쫓는 것을 멈춘 듯하다. 어차피 길은 한 개이고 가옥도 많지 않으니 어디로 가는지 보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하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이 길은 다른 곳으로 연결하는 작은 길이 있다는 것, 그 길로 나가면 나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대신 나는 참아야 한다. 살인의 추억이 재현될 것 같은 이 분위기의 길을 가야만 한다. 적당한 넓이의 비포장 농로. 주변에 넓은 논을 이 늦은 밤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야 한다니 너무 무섭다. 라디오를 틀었다. 항상 나를 위로하던 음악이라도 들으면 좋지 않을까? 마침 쇼팽의 왈츠 18번, 이 경쾌한 왈츠가 나의 살 떨리는 이 상황과 맞지 않지만 뭔가 벌써 이들의 포위망에서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안심이 된다. 경쾌한 소리에 맞추어서 계속 차를 몰았다. 3시간쯤 되었을까?


이제 아무도 내 차를 쫓지 않는 것 같다. 천천히 가도 빨리 가도 아무도 없다. 안심이다. 드디어 성공했다. 한동안은 그들은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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