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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하 Dec 29. 2021

빛과 수렁 사이

2. 추격 2 

편안히 잠든 나의 집에 초인종이 계속 울린다.

'누구지? 올 사람은 없는데? 이상하다. 모두 없어지고 나만 남았는데 누구지?' 


"경찰입니다. 문 열어주세요"


"네? 경찰이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이하영 님을 찾고 있습니다."


올 것이 왔다. 한 번은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이지만 이렇게 빨리 닥칠 줄은 몰랐다. 정말 치밀하게 나와 하영이를 조여 오는 그들이 무섭다. 떨리는 목소리로 문을 살짝 열고 말했다. 


"하영이요? 하영이를 왜 여기서 찾으세요? 그리고 전 하영이 언니인데 경찰이 왜 이렇게 와서 찾나요?"


"이하영 님께서 자신이 실종되었을 때 가족들에게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여기 강은정 님께 이 서류를 남겼으니 저는 이렇게 확인해야 합니다. "

경찰이 말했다.


"네? 동생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안위를 부탁했고 혹시 모를 실종 시에 그 범인으로 저를 지목했다고요?"

그렇다고는 했지만 닥치니 갑자기 내 머리가 뜨겁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계속 마음으로 나를 다잡았다. 넘겨야 한다. 반드시 넘겨야 한다. 


 "흑흑. 너무 서글픈 일이네요. 그런데 하영이는 여기 없어요. 들어와서 보셔도 돼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하영이가 없어졌다는 것도 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이런 일이 생길걸 예상했고 그때 경찰까지 대동하고 저를 찾으라고 했다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너무 기가 막히고 힘이 들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 아저씨를 붙들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고 함께 온 강은정을 가만두고 싶지 않았다. 


"며칠 전 부모님 댁에서 같이 어머니 생신 축하한 후로는 본 적이 없어요. 동생이 저랑 같이 살지도 않고 워낙 연락이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실종되었다는 것도 몰랐네요. 제발 찾아주세요. 매일 저기 있는 은정이랑 붙어 다니니 가장 잘 알 텐데 저 여자 집은 수색해보셨어요?"


나는 계속해서 억울한 나의 심경과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의 감정을 뚝뚝 흘려보내며 울먹이고 있었다. 


"정말 동생분 여기에 없습니까? 혹시 숨겨둔 건 아닙니까?"


경찰이 물었다. 나는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좁은 원룸에 숨겨두기엔 너무 큰 아이인데 하영이 어디서 실종된 겁니까?"


"은정아. 내 동생 어디 있어?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기에 친언니인 나를 찾아올 때 경찰까지 동원해? 무슨 범죄에 연루라도 된 거야? 혹시 은정 너랑 무슨 일이 있어서 울 하영이가 실족되거나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니? 너 뭘 알고 있는 거야? 어서 말해봐. 은정아. 네가 우리 하영이 어디 있는지 알지? "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 경찰 아저씨, 제발 우리 하영이 찾아주세요. 저 여자한테서 찾아주세요. 저는 어떻게 신고하면 되나요? 우리 하영이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아저씨.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해요? 막 들이닥쳤으면 앞뒤 상황을 이야기해주셔야죠. 대한민국 경찰 맞으신 거예요?"


"은정아, 우리 하영이 어디 있어? 은정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니? 내 동생 데려와. 내 동생을 왜 여기서 찾아? 네가 데려갔잖아. 내 집에서 나가게 만들어놓고 뭐하는 짓이야? 야~~ 강은정."


은정이에게 나는 모든 것을 쏟아내듯 말했다. 은정이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내 반응만 살필 뿐이었다. 그녀를 완벽하게 속여야 했다. 내가 그동안 그녀에게 속았던 것처럼 철저히 속여야 한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강은정과 경찰들은 급히 함께 나갔다. 문은 닫혔다. 나는 닫힌 문 뒤로 주르르 내려앉았다. 그들은 아직 하영이를 찾지 못했다. 다행이다.


'휴~~ , 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들의 감시는 계속되었다. 집 앞에 나가면 여전히 연두색 모닝이 날 기다리고 있다. 그 안에는 분명히 강은정이 타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얼굴을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날 쳐다보고 있다. 게다가 정체 모를 차가 내 차를 따라올 때가 있다. 그때면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지 나는 왜 이리 그들에게 쫓겨야 하는 것일까? 


정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다. 아마도 그들은 하영이의 행방을 찾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 괴롭힘이 없어지면 하영이가 안전하지 못한 것이니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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