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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Apr 21. 2021

마음의 문을 열자

마음의 문을 열면 열수록 자유로워질 것이다.

진안 천왕사에서 한 달에 한번 공부모임이 있다길래 오늘 저녁에 시간을 내서 다녀왔다. 어딘가를 갈 곳이 있고, 집 밖을 혼자 벗어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설레었다. 그 신나는 마음 때문인지 한별이와 오늘 두 번의 산책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남편과 아이 먹을 거를 만드는데 힘이 들지가 않았다.


남편과 교대 후 나는 절에 가서 공양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보살님과 스님의 환한 미소에 마음이 편해졌다. ‘ 아, 오기를 잘했다.’ 마음이 스치는데 정성 가득한 맛깔스러운 음식을 한상 차려주시니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들킬까 봐 눈물을 꾹 삼키고 평소보다 더 천천히 오랫동안 씹으며 밥을 먹었다. 부처님 앞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배도 부르기 전에 마음도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감사하고 감사했다.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지역에 사시는 분도 계셨고 서울에서, 부산에서 몇 시간에 걸려서 오시는 분도 계셨다. 다들 진안에 오면, 천왕사에 오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공양을 마치고 둥그렇게 앉아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엄마가 되고 나서 여러 사람 앞에서 내 소개를 하는 게 참 많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그리고 한 바퀴가 돌았다. 또다시 내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는데 담담하게 시작했다가 예상치도 못하게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편안한 공간에서 마음의 문이 열렸는지 콸콸콸 쏟아져버렸다.


창피하고 민망한 그 순간에도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는데 내 옆에 큰 스님은 인자하게 옅은 미소를 띠며 나에게 휴지를 건네셨고 내 옆에 앉아계신 분은 내 등을 어루만져 주셨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강력한 에너지 장 속에서 내가 보살핌을 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하던 나였는데 언젠가부터 내 마음을 꺼내는 게 두려워졌다. 내 마음을 왜곡하고 굴절되는 경우가 많았고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을 때는 상처가 깊게 배여서 아픔도 슬픔도 오래 지속되었다. 그래서 점점 입으로 말하는 것도 글로 쓰는 것도 힘이 들었다. 생각이 많아졌고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다 보면 마음을 닫고 입을 닫는 쪽이 되려 에너지를 비축하는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을 열면 마음이 열린 사람은 더 크게 상대의 마음을 열어준다. 그리고 상대의 고통을 덜어준다. 그래서 마음을 공부하면 할수록 마음이 넓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더 많이 열고 열었고 열리던 그 경험 속에서 깨달음은 삶을 확장시키기에. 다시, 여는 연습부터 시작해야겠다. 다시 천천히. 그리고 열린 사람. 열리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큰 스님의 가르침에 법성게 공부를 시작한 날이다.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으나 머릿속은 이상하게 복잡해서 말씀이 쉽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스님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까이서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 인연이 이렇게 흘러간 것에 대해 참 감사한 밤이었다. 시절 인연. 다 때가 있는 법이로구나. 한별이가 조금 커서 같이 이 자리에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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