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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May 01. 2021

수다의 힘

수다를 떨자, 그리고 털자. 훌훌

나는 엄마랑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엄마 주변 사람들을 보면 아주 작은 일부터  일까지, 누구에게도 털어내기 힘든 이야기도 엄마 앞에서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한다. 아빠도 엄마 앞에서는 쉴 새 없이 떠드는 수다쟁이가 되는데 나는 인내심 갖고 들어주기 힘든 이야기도 엄마는   들어주는 게 항상 대단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엄마는  듣는 능력과 뛰어난 공감능력 덕에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열지 못하는 마음을 여는  같다. 아빠 주변 사람들도 아빠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을  정도로 엄마는 아빠의 주변인들과도 격의 없이 가까이 지내는데 아빠가 가는 모임에 엄마가 안 오면 다들 서운해할 정도다.


얼마 전에는 학교 앞에 앉아 있는데 하교하는 한 학생이 한별이를 보러 다가왔다가 엄마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고 갔다. 가정 배경부터 자신의 꿈까지 아이는 서스름없이 술술술 풀어놓았다. 아이도 대화가 그리웠는지 언제 또 오는지, 자신은 몇 시에 여기를 지나가는지, 몇시에 학원을 가는지 스스로 알려주며 떠났다. 한별이에게 우유까지 챙겨주며 이뻐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아마도 그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나흘 동안 엄마와 시간을 보내면서 늦은 밤까지 이불속에서 밀린 수다를 떨었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낮에는 휴대폰 들고 통화할 여유가 없고 밤에는 지쳐 쓰러져 아무것도 하기 귀찮은 상태가 되는데 그래도 아이가 자고 나면 그제야 몸은 이완된다.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마음도 열린다. 엄마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힘든 것을 힘들이지 않게, 무거운 것을 무겁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엄마랑 대화를 하다 보면 얽힌 마음은 풀어지고 뭉친 마음의 근육도 말랑말랑 해진다. 연륜에서 오는 삶의 지혜는 이런 것이 아닐까. 언제나 그랬듯 엄마는 나의 영원한 뮤즈다.


어쨌든 수다를 많이 떨어야겠다. 배우 윤여정 님도 그 재치 있는 입담의 비결이 좋은 사람들과 수다를 자주 떠는 거란다. 사람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영감이 오가고 마음이 열리는 대화는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이거나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거나 진실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야 우리의 영혼의 키는 자란다. 그런데 때로는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 우리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연다. 내가 여행지에서 그랬듯, 하교 길에 만난 이 아이도 그랬듯. 여행은 마음을 열리게 하는 힘이 강력하다. 내가 있는 이 곳에서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가벼울 텐데 자꾸 정착자의 마음이 되어버리니 무거워지는 것 같다-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마음은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가볍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게 한다. 다시 만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으니까. 오늘 문득 책에서 읽었던 이 구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마음에 다시 깊게 새겨본다.


‘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입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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