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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May 21. 2021

내 남편은 굿쟁이

감기굿

며칠  한별이가 열이나서 몸이 불덩이다. 지금까지 병치레 한번 안하고  먹고  싸고  자고  놀던 아이가 아파서 하루종일 보채고 칭얼거리면서  먹지도 않고  싸지도 않고  자지도 못하고 있으니 기분도 컨디션도  꽝이다.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대신 아프면 좋겠다는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나도 감기 몸살이 같이 와버려서 아이는 땀을 삐질 삐질, 엄마는 으슬 으슬, 남편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되나 어질 어질한 상태다.  안울던 아이가 계속 울어대니 심장은 자꾸 쪼그라드는  같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머리도 지끈 지끈거린다. 아이도 말을 못해서 답답한지 머리를  몸을 들이대며 온몸으로 표현을 한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지어 겨우 겨우 먹인 후에 힘들게 잠을 재웠다.남편과 옆에 누워 아이가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아무말 없이 바라보며 그제서야 숨을 돌린다. 몇시간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는 여전히 기운은 없지만 가끔씩 미소도 지어주고 밥 한술을 겨우 겨우 목구멍으로 넘기는 모습을 보며 하루종일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내려가는 듯하다. 가라 앉은 목소리를 있는 힘껏 높여보고 축 쳐진 입꼬리를 올려가며 한 존재를 향해 온 마음을 다한 사랑을 보낸다.


남편은 한별이를 웃게하기 위해 상모를 꺼내 돌리고 북을 쳤다. 한별이도 뭐에 홀렸는지 갑자기 다가가 싱잉볼 채를 잡아든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는 울음소리 대신, 웃는 소리와 악기소리로 아픔과 고통을 씻어냈다.


난 오늘 굿 쟁이 남편이 진짜 굿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가 태어날 때 엄마와 아빠가 되면서 한 인간은 다시 태어나는 것 같다. 그동안 머리로만 어렴풋이 이해되는 관념들이 무너지고 온몸으로 직면하고 마주하고 경험하며 다시 정의를 새롭게 쓰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다른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그 여행이 가끔은 고되고 힘들기도 할 때도 있지만 어떤 여행이든 지나고 나면 고되고 힘든게 더 찐하게 기억되고 이야기 할거리가 많았듯이 우리도 먼 훗날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가 건강한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려고 주신 시간인거 같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내 젖가슴을 본능적으로 찾던 아이를 보며

나는 그 본능이 갖고 있는 놀라운 힘을

엄마가 되서 경험할 수 있었던게 가장 감사했고

아이가 자라면서도 그 본능을 잃지 않고 자라기를

바라며 나와 남편도 그러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에 잘 쓰이기를.


엄마가 해주고 싶은 오늘의 이야기는

마음이 힘들 땐, 북을 쳐봐 별아.

부디 내일은 감기가  물러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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