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쉘위 May 07. 2021

관점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먼저 나의 애정을 의심해보자.

글에 생기가 줄고 관점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나는 먼저  애정을 의심한다.


누군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일,

관성적인 질문이 아닌 다른 질문을 던지는 일,

애정어린 관심을 갖는 일, 존재를 다각도로 볼 수 있을 때, 글에도 숨이 붙는다. 아마도 내 애정의 크기 만큼.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홍승은



나는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람을 쳐다볼 때도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경우가 많아서 때로는 상대가 부담스러워하거나 불편해하기도 하고 자신을 좋아하는건가 하는 오해를 종종 받기도 했었다. 결혼 전에는 같이   지금의 남편에게  에너지를 쏟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집중되는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리고 출산  엄마가 되고 나서 나의 모든 에너지는 신기하게도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누군가를 만나서  에너지를 나누면 종종 금방 피곤함이 찾아왔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도시의 친구들과 멀어지고 엄마가 되고   사람을 만나는데 제약이 생기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의 빈도가 줄어들면서 나의 모든 에너지는 매일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이에게로 향하고 있다.아이가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죽이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관찰을 한다. 아이와 내가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 우리는  거리를 유지할  있다. 아이도 혼자 무언가에 집중을 하다가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금새 집중이 흐트러진다. 하루에도 아이와의 거리는 좁혀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한다. 건강한 애착관계 속에서 적당한 거리는 관찰의 즐거움과 육아의 기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아이의 성장에 감탄하고 아이의 몸짓에 감동하고. 하루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의외로 육아와 살림은 힘이  든다. 감탄하고 감동할 때는 확실히 지금 순간에 머무르지만 생각이 많아지고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하면 지루함과 권태로움이 시야를 희미하게 마음을 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 별이를 관찰하면서 발견한 사실 중에 하나는 별이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뚫어지게 관찰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거나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일  웃어주거나 다가가고 새로운 장난감이나 물건을 처음 손에 쥐면 한참동안 관찰하다가 적응을 해나간다.



문득, 사람도 물건도 많은 사람을 알고 관계맺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이라도 특별하게 관계를 맺고 쉽게 사고 쉽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는 물건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한 물건이오래동안 손 때와 함께 서사가 새겨져 특별한 관계가 된다면 삶은 더 깊고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에도 크기가 있다면 많은 곳에 애정이 분산되는 것보다 소중한 곳에 애정이 가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할테니까.


관찰은 관심이고 애정이고 사랑이다. 내가 세상이 궁금해서 외부의 세계로 나갔던 관찰은  안으로 돌리기 시작하다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는데 이제는 나보다  궁금하고  많이 알고 싶은 존재가 매일 나와 같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눈을   없을 만큼,  시선을 쏘옥 빼앗는 존재라니. 내가 이토록 애정을 쏟았던게 있었던가. 하지만  안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많은 애정어린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싶다. 삶에 생기는  애정의 크기와 비례했던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눈 내린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