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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Dec 13. 2020

첫눈 내린 날

코로나 시대의 결혼과 육아

아침부터 첫눈 소식을 전해 듣고 커튼을 젖혔는데 진안의 오늘 아침은 어두컴컴, 흐리 흐리. 하지만 첫눈 대신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의 설렘과 기쁜 소식과 함께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천명이 넘게 나왔다는 안타깝고 슬픈 소식도 같이 전해 들었다. 이제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은 불안이고 경계태세를 늦출  없는 긴장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가 피곤해서 혼밥과 혼술이 유행하던 시대를 살다가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없는 코로나 시대를 겪어나가면서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법도 점점 잃어버리는  같다. 당연한 일상들이 사무치게 그립고 그립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제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익숙해진 거 같다. 오히려 가까운 게 불편하고 눈을 마주치는 게 어색하고 서로의 심장소리를 느끼며 포옹을 하는 삶은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복작복작 사람 소리, 아기 냄새, 아가의 웃음소리가 나는 따듯한 집과 가족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참으로 사랑하고 아꼈던 마당 있는 시골집이 여전히 많이 그립지만 껴입고 껴입어도 추웠던 겨울을 생각하면 아가와  겨울을 얼마나 힘들게 보냈을까 싶기도 하다. 남편과 투닥투닥 싸우면서도 별일 아닌 듯  풀어지고 싸우고를 반복하지만  시골에서 혼자 고립돼서 지냈으면  행복했을까? 생각해보면 아니었을 거 같기도 하다. 추운 겨울  춥게 보내고 있겠지.  불편하고 오래된 시골집에서 같이 사계절을 보내면서 힘든 기억보다는 행복했던 기억들이  진하게 남아서 떠오른다. 정말 이렇게 같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어떤 힘든 일도 같이 이겨내고 견딜  있겠다 싶었다. 시골집에서 정말 예상치 못한 힘든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 우리는 꽤나  이겨냈다. 그래서 ‘혼자보다는 둘이 낫는구나. ‘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이런 거구나. ‘  인생에 엄청난 깨달음을 얻고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 나는 나를 키워  엄마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항상  안에 있었던  같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지만 엄마의 유전자 때문일까 나는 모성애가 남들보다  많이 있는 거 같다. 남편과 자식을 키우지 않았더라도 뭐라도 키우면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에게는 내가 지금은 별로 기대가 없으니  날일이 없지만 남편에게는  그게  안될까. 기대가 큰 건가. 아무래도  화를 받아주는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아마 어떤 사람이랑 살아도 화가 났을  같고 100프로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도 매일 같은 친구 보면 지루하고 좋아서 같이 붙어다니다가 조금이라도 서운하거나 불편하면 그냥 거리를 두는 게 편했다. 그렇게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이 꽤나 많다.  혼자 지내도 혼자 살아도  사는 사람이니까. 그런 내가 누구랑 같이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이  참으니까 견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동안 같이 살면서 좋았던 점과 좋은 점을 생각하면 미우나 고우나  새끼  남편  먹이면 건강할까,  먹으면 좋아할까.  해주면 행복할까. 같이 먹고 같이 웃고 같이 자고 같이 투닥거릴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인간답게 살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일상적인 일들이 특별한 일들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지금  자리에서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기 위해 찬바람 불면 대추 넣고 계피와 생강 넣고 한솥 끓인 대추차를 만들어서  겨울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홀짝홀짝 거리면서 맡은  겨울 향이 오늘은  깊은 곳까지 데워주는  같다.

잠시 쉬다가 유튜브 < 며느라기 > 클립이 추천 영상으로 떴길래 봤는데 가라앉아 있던 화가 다시 올라오네.   대추차가 신경안정에 좋다니 자주 마셔야겠다. 결혼  남편 교육하기 좋은 드라마네. 나도 첫째 며느리처럼 살아야지.  갈길 꿋꿋하게 걸어가는.  며느라기로 살려고 했을까.  나한테는 이런 얘기 해주는 여자들이 아무도 없었던 것인가.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남 역할하는 남자가 현실에 없어서였을지도.  여성은 많은데 신남성은  보기 힘든 세상에서 결혼은 헬이다. 하지만 남자가 진화하면 결혼도 인생에서 할만한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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