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의 모호함

명상 이야기 | 명상을 통해 삶의 변화, 시골에서 살게 된 인연.

by 쉘위






# 명상 일기.

위파사나 명상을 할 때 온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쪼개고 쪼개고 구석구석 탐색하면서 감각을 지켜본다. 처음에 할 때는 마음이 울퉁불퉁하고 산란해 금방 집중력이 흐려졌다. 그럴 땐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들어갔다 나가는 호흡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다시 고요해지고 아주 미세한 감각에도 알아차리게 된다. 생각과 마음이 잔잔해지면 다시 온몸을 구석구석 탐색하면서 평소 관심을 두지 않는 내 몸의 모든 장기와 세포들에게 기를 모아 감각을 지켜본다. 척추를 바로 세우고 호흡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조금이라도 외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오면 반응은 더 빠르다. 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몸을 움직이거나 자리를 바꾼다. 외부의 자극에 반응이 즉각적일수록 마음이 고요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이다. 모든 것은 고정된 것이 없고 변한다라는 이치를 알면 그렇게 반응하며 감정을 따라가면서 살 필요가 없어진다.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힘이 생길 때 인간은 점점 강해지고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된다. 명상을 하면서 깨달았다. 처음에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마음이 고요하고 편해지니 집중력이 강해지고 집중력이 강해지니 통찰력과 직관력이 강해졌다. 그리고 깨달음 속에서 지혜가 지혜 속에서 삶의 방향을 분명하게 찾았다.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면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내가 정확하게 보였고 나로 살아가는 힘이 생겼다.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었다. 몸을 바라보면 내가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지 왜 이런 감각을 느끼는지 그 감정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원인을 알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내 몸속에 들어왔을 때 재 빨리 소화시켜 배출시키거나 삼켜 먹지 않으려고 한다. 명상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호르몬이 내 몸속에 퍼지는 느낌이다. 내 몸과 마음 영혼이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그 몸과 마음 영혼을 바라보고 다루는지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으로 연결된다. 얼마 전에 명상을 갔을 때 구역질이 자꾸 올라왔었다. 어디에선가 자꾸 섞은 퇴비 냄새 같은 게 났다. 명상을 하는 내내 토를 할 것만 같았다. 호흡과 자세는 너무나도 편안하지만 속은 너무나도 불편했다. 내 몸에서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모든 옷을 세탁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겨운 냄새는 공기 속에서 계속 둥둥 떠다니는 것 같고 숨을 쉴 때마다 그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게 영 불쾌했다.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한참 생각을 하시더니 산 넘어 축사가 있는데 아마 그 냄새가 저기압일 때 이 곳까지 난다고 하셨다. ‘아. 그랬구나. ‘ 하며 다시 명상을 집중하는데 돼지와 소들의 울음소리들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했다. 미친 듯이 울부짖었고 난 그날 밤 밤새 그 환청에 시달리며 두 눈을 뜬 채로 괴롭고 힘든 밤을 보냈다. 그다음 날부터는 계속 구토를 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동물들이 그렇게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길러지고 도축될 때의 그 두려움과 공포가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 너무 고통스럽다고. 나 좀 살려달라고’ 내 감각은 평소보다 몇 배는 예민해져 있었고 온몸에서 부정적인 찌꺼기들은 위아래로 다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기력은 없었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전에 보이지 않던 그림들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날 명상을 하는데 내가 시골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자급자족하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보였다. 명상 센터 근처에 집을 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바다나 산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버스로 10분 거리에 신비로운 기운이 있는 마이산이 있는 게 마음에 들었고 매번 명상센터에 올 때마다 하늘에 참 맑고 밤하늘에 별이 많은 게 마음에 들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올 때마다 시골 할머니들의 인심도 좋았다. 여기다 싶었다. 코스가 끝나면 이장님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감은 팝콘처럼 터지는데 구토와 설사는 멈추지 않고 탈수 증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 5일째가 되던 날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짐을 챙겨 퇴소를 했다. 가기 전에 근처 보건소에 가서 간단한 진료라도 보려고 했지만 선생님은 시내 큰 병원에 가기를 권하셨다. 하지만 작은 산골짜기에서 전주 시내까지 가기란 쉽지 않은 문제였다. 마침 아저씨 한분이 들어오셨다. 전주에 사시는데 이 마을에 사는 동생을 잠깐 만나고 다시 전주로 돌아가신다고 가실 때 태워주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동생분이 마을 이장님이셨다. 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근처에 집을 찾고 있다고 했다. 사는데 크게 불편한 게 없는 현대식 집과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은 시골 농가주택 하나 있다고 하셨다. 나는 몸이 건강해지면 다시 내려와서 집을 보러 오겠다고 했다. 서울의 집으로 돌아와서도 시골집의 모습이 자꾸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자주 꿈을 꾸었다. 텃밭을 가꾸고, 친구들과 같이 명상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꿈속에서 나는 행복해 보였다. 일주일 간의 변태의 과정을 거쳐 몸안에 모든 독소들이 빠져나간 후 날아갈 듯이 가벼운 상태에서 머리는 어느 때보다 맑고 선명했다. 눈을 감으면 시골에서 사는 내 모습이 명상 속에서 자주 보였다. 더 이상 생각과 고민만 할 수 없었다.

당장 내려가서 집을 보고 싶었다. 내려가는 동안 마음을 비우고 기도했다. 가능한 수리비용으로 많은 지출을 하지 않는 집이면 좋겠다고. 그리고 햇살이 많이 들어오고, 지붕 튼튼하면 그냥 한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에만 집중했다. 마당에 세면 바닥보다는 흙이 깔려있고, 텃밭을 할만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있었지만 기대하지 않았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아서 잡초가 무성히 자란 마당에 흙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잘 자라고 있는 거 보니 건강한 흙처럼 보였다. 다행히도 오후에 집을 보러 가서 집 안으로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화장실도 주방도 깨끗하고 생각보다 방도 넓고. 더 이상 고민할 게 없었다. 바라는 게 많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몇 가지들이 충족되니 만족스러웠다. 방안에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유품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벽에는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서서 기도했다. " 할머니, 저 여기 와서 살아도 될까요?"



할머니 얼굴을 계속 쳐다보는데 외 할머니도 생각나고 엄마도 생각났다. 느낌이 그냥 편안했다. 난 내 몸의 느낌을 믿는 편이다. 사람들은 귀신 나올 것 같이 으스스하고 심란스럽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느낌보다는 이상하게 나를 편하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존재들의 보호와 사랑으로 내가 이곳에서 무탈히 잘 지낼 수 있었으니까.



나는 믿는다. 직관의 힘을.

머리가 전하는 메시지보다

몸과 마음이 전하는 메시지가

진실하다는 것을.


그것은 영혼이 전하는 메시지니까.


인생이 단순하고 심플해질수록

생각은 명확하고 명료해진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아주 가끔, 불쑥불쑥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들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내 삶을 스스로 창조하면서 살아가는 자유,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내가 그토록 바라는 삶이었다.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먹을거리,

햇빛과 추위를 가릴 의복,

몸을 가릴 지붕,

저녁이 있는 삶,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농사를 짓고 텃밭에 자란 채소들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마음밭을 가꾸는 삶.


' 적게 소유하고

풍부하게 존재하라 '


이것이 내가 명상을 할 때마다

깊은 내면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결핍의 에너지가 나를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게 하지만

내가 충분하다고 느끼면 풍요의 에너지가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하고 아름다움을 물들게 한다.


마음을 쉬게 하고

마음 밭에 적당한 물과 햇빛을 비춰주면

마음은 빈 곳을 찾아 자연스럽게 채워준다.


자연의 이치처럼 말이다.


"내 안에 이미 모든 것이 있다.

완전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이 주문을 되뇌면

삶은 모든 게 기적이다.


내가 바라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끌어당길 수 있으니까.







Those with initiative, aware, pure in deeds, acting with due consideration, heedful, restrained, living the Dhamma: Their glory grows.






NaverBlog_20180530_131018_02.jpg 집 계약 한날, 2018. 6


62040399_10156632211713386_1304829528589205504_o.jpg 1년 후, 잡초밭은 꽃밭과 텃밭으로 변했다. 2019. 6.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