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어디를 보고 있는걸까.
바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왕복 네시간이 걸리는 수고를 무릅쓰고 짧은 여행을 떠났다. 그래도 결혼 기념일이니까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을까. 떠날 때만 해도 매일 똑같은 일상을 벗어난다는 생각만으로 설레고 신났는데 돌아 올 때서야 얼마나 무모한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바다를 보는 시간 보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고 바다에 왔지만 바다 냄새는 안났고 파도는 치는데 바다같지가 않았다. 청춘 때 처럼 바다 보고 싶다고 무작정 떠나는 낭만은 끝이 난거 같았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실컷 맞고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었던 짜장면의 체기만 남고 바다가 보이는 따뜻하고 포근한 하얀이불을 덮은 호텔 방에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던 날.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도 못 먹고 온 바다여행에 아쉬움만 남는다. 그래도 바닷가에서 한참동안 서서 보는 노을은 좋았다. 여행 할 때는 매일 노을이 질 때 마다 그 시간을 기다려서 하늘을 바라봤었다. 매일 달라지는 하늘만 봐도 하루가 특별해졌다. 여행은 단 한번도 똑같은 날이 없어서 나에게는 그토록 매력적이 었던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한다는게 나에게는 이토록 힘들 줄이야. 어쩌면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좁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건 내 시야가 좁아져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