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짜일까
병원에서 임신 확인을 한 날, 모든 피어싱을 뺐다. 배꼽, 코, 귀에 여러개. 왠지 엄마가 되면 피어싱이 어울릴거 같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누구도 나에게 어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산부인과에서 배를 보여줄 때 배꼽 피어싱이 조금 민망했었다. 어쩌면 사람의 표정이나 비 언어적인 표현해서도 민감하게 의도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다보니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어떤 표정에서 내가 스스로 민망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명상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만들어 놓은 관념들이 나를 괴롭히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그 관념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나를 짓 누르고 있던 돌덩이 하나가 사라진 것 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서서히 몸도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순간의 깨달음이 었고 알아차림이었다.
갑자기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결혼 생활은 이래야되, ‘남편은 이래야되,’ ‘ 아내는 이래야되’ ‘ 며느리는 이래야되’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어떠한 믿음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경험하고 깨달으며 실상과 허상을 구분하고 분별하면서 상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니 몸이 가벼워지면서 출산후 내내 고생하던 어깨 통증과 허리 통증이 기적처럼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삶에 활력이 다시 돌아왔다.
명상을 하다가 차오르는 감사함에 뜨거운 눈물이 주루룩 떨어졌다. 내가 이 경험을 통해 머리로 아는 것을 더 깊게 몸으로 체화하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을 겪었구나.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정화의 눈물이었다. 흐르는 눈물과 감각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시원해졌고 말랑말랑해지는 듯 했다. 온몸에 따뜻한 피가 돌고 순환되면서 숨이 더 깊게 쉬어졌다. 단전과 발바닥이 따뜻해졌고 정수리가 시원해지면서 명상이 끝난 후 눈을 뜨니 앞이 너무 잘 보였다.
물질적 정신적, 그리고 몸과 마음 안팎으로 내가 건강할 때의 그 ‘느낌’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애쓰지 않아도 되어가고 집중하지 않아도 집중이 되고 쥐지 않아도 쥐어지는 그 느낌. 다시 그 느낌을 요즘 찾아가고 있다. 다시 내 안의 소우주와 연결되고 확장되는 중이다.
그나저나 요즘 다시 코 피어싱을 하고 싶어서 하러 갈까 고민하다가 어린이집 선생님 만나러 갈 때 살짝 민망해질까봐 고민하는 나의 마음을 다시 바라보며. 어떤 마음이 나의 진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