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던 날.
남편과 밤새 이불 속에서 비몽사몽하며 휴대폰으로 개표소식을 서로 전하며 동이 튼 후에야 잠이 들었다. 아이 낳고 이불 속에서 한 몸이 된 기억은 가물 가물한데 오늘 새벽 우리는 아이가 깰까봐 이불 속에서 조마조마 하며 한몸 한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동안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서로의 슬픔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평소대로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밥을 짓는다. 슬퍼하고 허탈한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쁜 하루였다. 오늘은 선물 받은 제주에서 올라온 옥돔을 구었고 바지락을 잔뜩 넣어 미역국을 끓이고 오븐에 닭고기도 구었다. 차리다 보니 생일 상 같았다. 세식구가 식탁에 앉아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며 밥을 먹었다.
우리는 어제 일어난 일은 기억에서 사라진 것 처럼, 말해서는 안되는 치부처럼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처럼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남편이 밥을 다 먹고나서 남은 닭고기에 맥주 한잔 마시고 싶다길래 옆에서 한모금만 먹으려다 우리는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꾹꾹 참았던 슬프고 참담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속에 담아왔던 슬픔과 분노가 터져나왔다. 한바탕 터뜨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만보를 걷고 돌아와 아로마오일로 마사지를 하고 좋아하는 향을 피우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됬지만 임기 5년을 다 채우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에게 촛불이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 남편은 결혼 전 내 카톡 프로필 사진 중에 거리에서 박근혜 탄핵 시위하던 이 사진을 보고 무조건 나를잡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를 만나기 전에 선 보다 만난 여자가 박근혜를 지지한다길래 그냥 나왔다는 TMI 와 함께. ( 속으로 니가 날 잡으면 잡힐거같냐라고 비웃었지만 남편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나를 놔주지 않고 나는 덫에 걸려 결혼을 함나도 남편 전에 만난 친구가 외국인이라 정치 이야기를 못하는게 답답해서 남편과 인연이 된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럴 땐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 중에 세상을 보는 눈이 같은 사람 만난다는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살아야지. 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리는 또 다른 그사세를 만들며 행복하게! 혐오의 세상에서 사랑이 이긴다는 것을 증명하며. 힘든 5년이 되겠지만 어제와 오늘처럼 내 할일에 집중하며 그렇게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