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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물안궁

할말하않

by 쉘위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 같으면서도 단절되고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결혼 전에는 나로 부터 만들어진 관계들이 중심이었다면 남편과 아이가 중심이 되는 관계에서는 내가 사라지고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그 어색함이 어색해서 어떻게 나를 마주해야 될 지 모르겠다. 어색해지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미소짓고 어쩔 수 없이 별로 궁금하지도 않는 질문을 하면서도 어색해서 어버버하고 어디까지 말을 해야 되나,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그냥 침묵하는 쪽을선택하기도 하면서도 내 안에서 목구멍으로 터져나오지 못한 말들이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갇혀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불편했던 감정들과 뒤엉켜 마음에 달라붙어 무거운 마음들은 가슴을 짓누른다. 그 관계 속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엄마와 며느리와 아내로 그냥 모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평범하고 무난하고 무던한 척을 하며 나의 색깔을 지우며 눈에 띄고 싶지 않아진다. 쓸데없는 관심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나를 설명하는 자체가 너무 피곤하다. 나의 이야기가 사라진다는게 이토록 슬픈 일인 줄 몰랐다. 이토록 가슴이 메일 정도로 아픈 일인 줄 몰랐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기분이 드는게 이렇게 기분이 그지 같은 건 줄 몰랐다. 존재감 없이 산다는게 이렇게 무력해지는 건지 몰랐다. 너무 이상한 기분인데 이상하리 만큼 이상한지 몰랐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신에게 마음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을 소홀지 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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