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운 터전을위한 기도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by 쉘위

내 몸과 마음이 가장 건강했을 때 아이가 나에게로 왔다. 직관적으로 이 아이는 나를 엄마로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가 집사를 간택하듯, 아이는 나를 엄마로 간택했구나 하는 그런 강한 믿음은 아이가 세상을 향해 제 힘으로 제 때에 나올 거라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그 믿음 때문에 나는 아이를 뱃속에 품고있는 동안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는 초반에 한번, 중반에 한번, 임신 말기에 한번. 최소한으로 아이가 기계와 접촉하고 최대한으로 내면의 나, 상위 자아와 접속하려고 했다. 임신 했을 때 정말 힘들었던 적이 말기 즈음에 온몸이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을 때였다. 낮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면 가려움 증이 더 심해졌다. 벅벅 긁으면서 밤새 뒤척거리기를 반복하다 가려움 증을 가라 앉힐려고 찬물로 샤워를 하고 마당에 나가 발가벗고 달빛아래서 한참을 서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달빛으로 온몸으로 샤워를 하고 맨발로 지구를 디디고 서 있는 순간. 나는 내가 지구 엄마랑 강하게 접속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가려움증도 가라앉았다. 매일 마당에 나가 맨발로 걸어다니고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며 앉아있을 때가 가장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편안했다. 임신 말기로 갈수록 호미질 하는 자세가 그렇게나 편할 수가 없다.임신하는 동안 나에게 흙과의 접속은 지구 엄마에게 양분을 흡수하는 시간이었다.


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집 앞에 작은 텃밭을 맨발로 걸어다니고 싶어서 집에서 산후조리를 했었다. 시골집에서 읍내의 빌라로 이사오면서 그래도 포기 할 수 없는 것은 흙이였다. 황토방의 안방과 세대마다 제공되는 작은 텃밭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호주의 블루마운틴의 숲속에서 몇개월간 지내면서 대자연의 위엄과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매일 지구와 접속해서 살다가 몇 백분의 일도 안되는 흙과 접속하면서 채워지는 에너지의 양은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다. 최근 몸 공부와 동종요법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내 영혼과 몸과 마음이 숨 쉴 수 있는 집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 나는 그동안 전 세계가 내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떠돌아 다녔었는데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이 내 집이였다는 것을 나는 이 집을 얻었을 때 알았다. 그 때의 기쁨, 아이를 얻었을 때 만큼 기뻤으니까. 그리고 내가 기쁨과 접속 했을 때 모든 것이 애쓰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되어져 간다는 것도. 다시 간절하게 기도해야 할 때다. 새로운 터전을 위해.


명살 속에서 나는 내 안에서 깊게 울려퍼지는 소리 ‘마이산으로 가라’ 그 한마디만 믿고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 산골마을에 달랑 배낭 하나메고 왔다. 그게 하느님인지, 부처님인지, 알라인지 부르기 나름이겠지만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미지의 땅에 와서 수많은 사람들과 정령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배낭 하나, 내 몸둥아리 하나 믿고 와서 땅을 일구고 가족을 일궜다. 문득 기도를 하다가 아브라함이 생각났다. 새로운 터전을 구하면 가족이 더 커질 것 같다. 몸과 마음을 다시 정갈하게 가다듬고 차분히 기도하고 기다리자. 언제나 그랬듯. 당신이 이끄시는 대로. 인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담마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