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대화 | 나는 어떤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싶은가
꿈에서 깼다.
며칠 전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의 장면이 생생하게 남았다.
무언가가 찌뿌둥하고 찝찝한 마음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천천히 몸을 풀었다.
몸이 이완되면서 생각의 엉킴도 서서히 풀려가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어떤 사람 앞에서 나는 이상하게 불편했다.
말은 평화로웠지만, 말뿐이었다.
표정은 해맑았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명상을 오래 했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데
그의 말에는 따뜻함이 없었고, 가슴에 닿는 울림도 없었다.
그는 고통을 말했지만 고통을 느낀 적은 없어 보였다.
말로만 통과한 감정은, 결국 머물지 못하고 흘러간다.
그 사람은 모든 걸 초월한 듯 행동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진짜 자유가 아니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회피였다.
‘내 책임이 아니야.’
‘그건 집착이야.’
그런 말들로 고통을 밀어내는 태도는, 때로는 잔인하다.
그는 상처를 말하지만, 상처를 안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왜 이런 관계가 나를 힘들게 할까?
왜 나는 누군가의 “가벼운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앞에서 자꾸 무거워질까?
그리고 그 답을 오늘 아침 명상을 하다 찾았다.
나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
고통을 뚫고 나와 여전히 따뜻함을 지닌 사람,
지혜가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전해지는 사람과
연결되고 싶었다.
내가 바라는 건 그런 사람들과의 진짜 마음 나눔이다.
그래서인지, 감정을 피하거나 회피하는 관계 안에선
나도 진심을 꺼낼 수가 없다.
불편함을 애써 감추는 건
내가 바라는 삶의 태도와 너무 멀다.
나는 이제 안다.
지혜는 고요한 책상 위가 아니라,
고통을 통과한 삶 속에서 자란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자신을 직면한 흔적,
상처를 안고 살아낸 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용기,
그것들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과도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평화가 언젠가 진짜가 되기를,
그에게도 삶을 통과한 지혜가 깃들기를,
아주 조용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