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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싶지만 허무하기는 싫어.

무상과 무아, 욕망과 발원 사이에서

by 쉘위


요즘 어떤 분과 나눈 대화가 오래 머릿속에 맴돈다.
명상을 오래 해온 분이었고, 깨어있음을 실천하며 살아가려 애쓰는 분이었다.

그분은 삶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혼이나 신 같은 개념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지금 여기에서의 깨어있음,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은 그랬지만, 나는 어쩐지 그 말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삶을 깊이 책임지거나 관계에 애쓰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책임을 내려놓는 자유가 아니라
그냥 다 무의미하다고 말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유로워 보였지만, 너무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게 내 마음을 가장 건드렸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렇지만 허무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고 싶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고,
깊이 있는 관계 안에서 진짜 나를 살아보고 싶다.

그 마음을 불교에서는 ‘욕망’이라고 할까.
아니면 ‘발원’이라고 불러도 될까.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모든 것이 변하니 집착하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한가"를 일깨워주는 말처럼 다가온다.


무아는 '자아를 없애라'는 명령이 아니라
‘고정된 나’에 대한 집착을 놓아보라는 제안처럼 느껴진다.
내가 진짜 누구인지, 더 깊은 차원에서 발견해보라는 부름.


그리고 내가 품은 이 성장에 대한 열망,
그건 세속적인 욕심이라기보다는
이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발원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나는 관계를 무겁게 여기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진심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가 의미를 부여한 일들,
그것들을 헛된 것이라고 말해버리는 삶은
나에겐 너무 싱겁다.
그 안에서 삶의 맛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짐하게 된다.


허무함에 빠지지 않되, 집착하지도 않는 상태.
그 중간 어딘가에서
이 삶에 기꺼이 참여하며,
작지만 꾸준한 발원을 품고 살아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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