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온기와 상처
학교를 가는게 더이상 즐겁지가 않았다.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는 것도 닫혀있는 마음을 열기 위해 애쓰는 것도 힘이 들었다.
가끔 아이들 앞에 서있는 내가 광대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잡고 교실 문을 열때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게 해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아이들과 조금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도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딱딱하고 차가운 책상이 아닌 따뜻한 바닥에서 편하게 앉아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자리에 서로의 눈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차를 정성껏 우려서 아이들에게 대접하는 시간을 갖으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학교에 다구와 차를 요청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이른 아침부터 아이가 등원 하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학교로 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면 했다.
내 마음을 돌보고 내 시간과 감정을 소중하게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유있고 충만한 아침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내 욕심으로 아이들을 다 끌고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척'이라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싶었던 걸까.
교사가 들어와도 엎드려 자고 있는 아이
항상 냉소적인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아이를
어느날 부터 나도 투명인간 취급하며
그 아이의 마음과 감정을 모른체 하고 싶었다.
내가 다칠까봐, 내 감정이 상할까봐.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무관심으로 응대 했다.
매번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불편하고 무거운 마음을
잘 마주하지 못하고 그냥 피했다.
어르고 달래는 것도 힘들고
언제 터져버릴 지 모르는 화를 폭발할까봐 겁이났다.
그런데 그날은 교실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엎드려 있는 아이가 신경이 쓰였였다.
다가가서 어깨를 살짝 건드려서 깨웠더니
내 손을 뿌리치며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꺼지세요 .씨발."
그 말 한마디에 내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부글 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최대한 진정 시키려고 노력했지만
학생은 겉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분노를 나에게 전달하며
나는 점점 이성을 잃어갈 것만 같았다.
언제든지 이 남학생이 폭력을 취하는게 이상하지 않는 순간이었다.
나보다 덩치도 더 크고 힘이 더 셀것 같은 내 앞에 서있는
이 학생에게 처음으로 알 수없는 공포를 느꼈다.
'정말 모든게 잘못 되었구나'
'어디서 부터 잘 못 된걸까?'
유체이탈 된 상태처럼 감정과 생각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하니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가고 있던 화가 식혀지는 듯 했다.
차분하게 학생의 말을 들어보려고 애썼지만
그 정도의 인내는 없었던 걸까..
아이의 말을 다 듣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보다못한 학생 한명이 다가와서
"선생님 수업해요"
그 한마디에 부끄러움과 수치심과
분노는 숨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몇개월 간 그 감정이 나를 괴롭혔던 것 같다.
그 학생과 나 사이 풀어지지 않는 그 감정이 아직 미제로 남아있어서...
언젠가 그 학생과 차 한잔을 마시며 그 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그때는 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