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청소

열흘간의 위빠사나 침묵 명상 이야기.

by 쉘위




난 일 년에 두 번 마음 대청소를 한다. 해마다 여름이 끝날 무렵, 추운 겨울날에 열흘간의 침묵 명상에 들어간다. 분주하게 달려온 삶을 돌아보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좋고 활동성이 많아지는 봄과 가을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간마다 내 삶 속에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해야 될 때가 많았는데 불확신 한 마음이 요동치면서 불안정해지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고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밖으로 분출되기 시작하면 잠시 모든 일상을 멈추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멈추고, 외부와의 연결도 중단하고 자체 격리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꽤 도움이 되었다.


오롯이 콧구멍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숨에 집중하다 보면 이리저리 날뛰는 생각은 어느새 잠잠해지고 생각이 마음에 스치지 않으면 몸이 반응하는 속도도 느려지게 된다. 몸의 긴장은 줄어들고 깊게 이완된 상태에서 호흡을 하다 보면 몇 시간 동안 미동도 없이 방석 위에 앉아 있는 게 힘들지 않다. 그렇게 고요해진 마음으로 내 몸을 구석구석 관찰하다 보면 내 마음에 닿았던 생각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화시키는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세상을 조금 더 밝은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 마음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퍼지기 시작하면 내 안에도 빛이 퍼지는 것 같은 환희가 온몸에서 삶의 축복을 하는 것만 같다. ‘ 아 살아있구나. 살아있는 것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구나’ 가슴은 시원해지고 몸은 새털처럼 가볍고 눈은 감고 있지만 모든 게 선명하게 보이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내가 하는 일은 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보는 것이다. ‘ 아. 눈물이 흐르고 있구나, 내 몸에서 걸리는 것 하나 없이 호흡이 편안하게 쉬어지고 있구나.’ 그렇게 바라보면 알게 된다.



‘어느 것 하나 고정된 것은 없구나.’




명상은 그 무상을 깨닫는 것이다. 명상이 단순히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생각을 끊거나 버리고, 영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되는 것은 궁극적인 행복의 길로 걸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어느 것 하나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깨닫고 나면 집착하고 갈망하는 마음이 사라진다. 갈망과 집착이 나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몸의 감각을 통해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은 그렇게 긴밀하게 몸과 연결되어 있고, 생각도 마음과 연결되어 있기에 내가 바른 의도를 갖고 바른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상에서 나의 마음을 잘 관찰하고 돌봐주는 것이 이토록 중요하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명상을 통해 신비체험을 하고 특별한 영적 체험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일시성이다.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내 마음을 바라보며 유쾌한 감각을 갈망하거나 불쾌한 생각들을 혐오하지 않고 알아차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명상의 본질이다. 하지만 생각이나 불쾌한 감정이 떠오르면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호흡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거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망상에 빠진다. 명상의 힘이 깊어지면 스스로 알아차리는 힘이 조금 더 강해지는 것 같다. ‘ 아 내가 지금 생각을 하고 있구나.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이구나.’ 나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순간이 더 많아질수록 조금 더 나와의 관계에서도 편안해지는 것 같다. 나 자신과의 관계가 편안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여유가 있고 유연해질 수 있다. 집착과 혐오와 기대와 실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옭아매고 고통스럽게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명상을 할 때 호흡이 편안하면 몸이 편하다. 가부좌를 틀고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몸이 힘들지가 않다. 그럴 때는 좋은 생각이 스칠 때가 많다. 행복했던 추억들이나 기억들,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좋은 행동을 하고 싶어 진다. 가끔 그럴 때 ‘ 어머나, 내가 이런 멋진 생각을 하다니. 나 좀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호흡이 거칠고 숨이 잘 안 쉬어지거나 답답하면 한 시간 동안 방석에 앉아있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언제 종이 칠까, 지금 몇 시쯤 됐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서 집중이 흐트러지고 마음은 산만해진다. 자꾸 생각이 들어오고 생각이 마음을 스칠 때마다 몸은 이리 움직였다 저리 움직였다를 반복하며 생각에 반응을 한다. 그럴 때 분명 앞에서 나를 바라보면 얼굴은 인상을 쓰고 있거나 엄청 불안정 해 보일 것이다.


처음에는 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다리가 저리고 온몸이 굳는 것만 같고 몸이 불편하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도 동시 다발적으로 팝콘 터지듯 톡톡 터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 그때 내가 왜 그랬지’ 하는 후회와 죄책감이 물 밀려오듯 확 밀려오면서 나를 작아지게 했고 지질한 나의 과거의 모습들을 마주할 때마다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방석에 앉아도 그 생각들은 나를 따라다녔고 내가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어도 내 그림자처럼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스치면 ‘ 나라는 사람이 참 별로구나. 내가 이렇게도 하찮고 불온전한 인간이구나. 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잘난척하면서 다녔다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꼭꼭 숨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의 나는 또다시 나를 따라다니고 내가 꼭꼭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없다는 것이었다. 그 생각들을 떼어내려고 할수록 더 찰싹 내 마음에 달라붙어서 괴롭혔고 내가 도망가려고 할수록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슬프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진실이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두려운 것을 직면할 때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마주했다. 하찮고 지질하고 못난 과거의 나를. 그리고 나에게 따스하고 친절하게 말 걸었다. ‘그래서 네가 그랬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구나’ 누군가의 이해를 받고 싶었던 나를 위해 나 자신이 온전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고, 가슴은 파스를 바른 것처럼 시원해졌고, 온몸에 응어리들이 녹아지는 듯한 신기한 경험은 나에게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평화, 자비심의 마음이 생겨나게 했다. 나와의 화해를 통해,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몸과 마음에서는 화학 작용이 일어났다. 마음의 찌꺼기들이 청소되면서 정화되는 순간, 맑고 투명하고 순수한 빛이 내 몸에 퍼져나가며 내 마음은 한결 편안해지고 내 몸 구석구석 달라붙어 있던 부정적인 감정의 세포들은 터져나가며 새로운 세포들이 생겨나는 듯한 재생된 느낌이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삶의 전환이 일어난다. 마음의 습관적인 패턴으로부터 벗어나 내가 스스로 ‘자각’하며 알아차린 후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과 삶 속에서 실천은 나를 조금 더 괜찮은 인간으로 성장되어 가는 것 같아서 나이 먹어가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내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금 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이 있으니까.




마음 청소를 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구석구석을 관심 있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수많은 자극과 생각들로 부산스럽게 요동치는 마음들이 차분하고 고요한 호흡으로 오롯하게 바라보면 마음은 금세 제자리를 찾아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한 힘이 마음에 차오르는 것이 마음 챙김이기도 하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나가면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이 사라지고 오롯이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아가게 한다.


내 안에 불안, 두려움, 시기, 질투 , 혐오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그것을 집중하고 바라보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흙탕물이 담긴 병에 흙을 거르려고 하면 자꾸 흙이 떠오르지만, 가만히 놔두면 물이 맑아진다. 필요하면 그 위에 물만 뜨면 된다.


내 마음에 찌꺼기들이 가득 차면 사물과 현상을 왜곡하거나 굴절시키게 된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분노가 일어나는 것은 없다. 이유도 없이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불안하지도 않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알아차리고 잠시 멈춰야 한다. 내 마음을 바라봐달라고 하는 신호니까.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들기 전에 매일매일 마음 청소를 깨끗이 하면 맑은 마음으로 건강하고 밝게 살아갈 수 있다. 내가 빛이 되어 살아가는 것, 결국 나 스스로 내 마음을 자주 빛나게 쓸고 닦아야 한다. 그것만큼은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 그것이 나도 살리고 너도 살리고 우리도 살리고 사회도 살리는 길이다. 내가 먼저 평화의 길로 걸어갈 때 그 빛이 나를 계속 그 길로 걸어가라고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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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햇살을 머금은 빨래처럼 내 마음도 언제나 뽀송 뽀송 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마음도.




당신의 마음에도 안부와

평화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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