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교환학생을 결심하던 순간.

내 인생의 첫번째 바닥

by 쉘위

내 몸이 보내던 신호, 그리고 깨어나는 순간


하와이로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결심하던 그때,
사실 나는 이미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는 진단을 받기 전부터
몸과 마음이 무너져가는 게 느껴졌지만
그게 병이라는 걸 몰랐다.


매일 아침이 너무 피곤해서
기지개를 켜는 것도 힘들었고,
길을 걷다가도 졸음이 쏟아져
카페나 화장실에 들어가 앉은 채로 잠들곤 했다.


무기력과 우울감이 덮치고
잠은 미친 듯이 쏟아졌으며
이상하게 허기까지 느껴져
입안 가득 음식을 쑤셔 넣는 일이 반복됐다.


폭식과 거식이 오가고
식습관은 완전히 무너졌고
하루의 리듬은 말도 안 되게 엉켜버렸다.
몸은 점점 퉁퉁 부어갔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본 어느 날,
나는 깜짝 놀랐다.
그토록 익숙하던 내 얼굴이
완전히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 생리를 몇 달째 하지 않고 있잖아?"


처음 간 산부인과, 낯설고 겁났던 그 공간

살면서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산부인과.
혼자 가기는 너무 무서워서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병원을 찾았다.

기다리는 동안,
몸도 마음도 얼어붙었다.
그리고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생전 처음으로 의자에 앉아
내 몸의 가장 낯선 부분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진료는 여의사 선생님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불편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질 안쪽을 확인하는 기구가 들어올 때
나는 차가운 기계보다 더 차가운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들려온 말.


“자궁에… 피가 없어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자궁에 피가 없다는 게…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날의 그 한 마디는
마치 내 안에 있던 모든 생명력이
사라져버렸다는 선언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뭔가 돌이킬 수 없는 경고를 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왜 이토록 나를 방치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는 조용히 내 손을 잡아주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나를 이렇게까지 무너뜨리도록
그냥 두고만 있었던 시간이.

몸이 망가지기 전까지는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음이 무너진 줄 알았지만
그게 얼마나 깊고 오래된 균열인지도 알지 못했다.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지금이 아니면, 정말 나는 사라질 수 있겠구나.”

몸을 회복하고 싶었다.
마음을 다시 붙잡고 싶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한 열망이 들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하와이’였다.

어쩌면 도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나를 구해내고 싶었다.
내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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