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 될 때. 그 때가 올라갈 일
세상에 ‘원래’라는 건 없고, ‘절대’라는 것도 없다는 걸 깨달은 시간.
마흔두 살, 나는 멈춰 서서 나를 다시 써보기로 했다.
한때 나는 바다를 품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파도 위를 미끄러지며 평생을 서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자유롭고 멋진 삶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스물여섯, 인생의 첫 번째 바닥을 찍고 나서
하와이로 교환학생을 떠났고,
그곳에서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는 경쟁 속에 휘말려 치열하게 살아가지 않겠다고.
아등바등, 그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한국에 돌아와 몇 년간 버텨보려 했지만
몸은 점점 더 자주 아팠고,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결국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하와이로 떠났다.
농사를 지으며 조용히 살아가겠다는 단단한 결심과 함께.
하지만 도착 하루 만에 나는 강제 추방당했다.
감옥에 갇혀 지옥처럼 차가운 하와이의 민낯을 마주했다.
자유를 꿈꾸며 떠난 땅에서 나는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좌절을 배웠다.
그 후 나는 걸었다.
미친 듯이, 마치 걷지 않으면 무너져버릴 것처럼.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
광화문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걸었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의 능선을 따라 쉼 없이 걸었다.
그렇게 걷는 길 위에서
나는 바다만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게 산이 말을 걸었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점점 더 깊숙이 산으로 이끌렸다.
“왜 내 인생은 자꾸 산으로만 향하는 걸까?”
그 의문을 품은 채 히말라야를 마주한 순간,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인생에는 고정된 방향도, ‘원래’ 그런 길도, ‘절대’ 그런 삶도 없다는 것을.
이쪽도, 저쪽도, 직접 부딪히고, 체험하고, 온몸으로 살아낸 것만이 진짜 내 언어로 남는다는 것을.
그 모든 시간들은 세상을 더 넓고, 더 깊게 보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마흔두 살, 세 번의 바닥을 지나서야나는 비로소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면서 조급했지만,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점점 나를 고요하게 만들어준다. 펜을 움직일수록 마음이 정화되고, 마음속 어딘가에 얽혀 있던 것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걸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하다는 마음이 나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