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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Jun 29. 2020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네

임신 막달 이야기

어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속 시끄러운 게 정리가 돼야 아가가 세상에 편하게 나올 것 같은- 아침에  주인아주머니랑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어제는 머리가 지끈거려서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계약서에 회화 목적으로 사용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작성했는데 본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발뺌을 하시더니 그림을 안 지우면 보증금을 못 돌려주겠단다. 나는 계약서에 작성한 글을 사진으로 캡처해서 보내드렸다. 그제야 알겠다는 답장이 왔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았던 낡은 집을 쓸고 닦고 청소하고 온갖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가꾸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저렇게 고약하게 나오는 게 약이 오르고 화가 나서 그림에 낙서라도 하고 올까 하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도 행복했던 추억이 많았던 곳인데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마음을 내려놓고 머리가 아파서 낮잠을 청하려고 누웠다.

 사이 윗집 아기 엄마가 아기 용품을 잔뜩 들고 내려왔고  다른 친구는 따뜻한 빵을 구워 집에 놀러 왔고 남편은 부부의 날이라며 치킨 한 마리를 사서 싱글벙글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아가가 왠지 초파일에 나올 거 같다는 말을 했다. 얼마  꿈에서 연꽃이 활짝 피어나고 아가가 태어나는 꿈을 꿨다며-  웃어넘겼지만 연꽃이 활짝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젯밤에도 자기 전에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고 기도를 하면서 잠이 들었다. 때가 되었을  아가가 세상에 나올  있기를.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가를  가슴에 품을  있기를-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오늘은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친구들의 선물과 편지들이 전국에서 도착해서 힘과 용기를 준다. 콩국수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기억해주시고 콩국수 만들어주신 시어머니 마음도 오늘은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져서 콩국수를 먹는데 가슴이 시큰해졌다. 문득 부부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경험하는 것들이 낯설면서도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기도와 힘으로 내가  곳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결혼식 당일날도 계속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랬다. 누군가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어둠이 아닌 빛의 길을 걸어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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