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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Sep 23. 2020

몸이 기억하는 행복

맛있는 삶, 맛있는 사람

여행지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던-
코코넛 비건 그린 커리.

비건 친구들이 놀러오면 만들어 먹을려고 아껴두었던 코코넛 밀크를 개봉해서 집에있는 야채를 몽땅 때려넣어 카레를 만들었다. 몸이 자꾸 으슬 으슬 추워서 생강도 약간 다져서 넣고 내가 좋아하는 그린빈스도 잔뜩 넣었더니 동남아  물씬 난다- 해가 지려고 하니 야시장이 아름다운 태국 빠이도 그립고 노을이 아름다웠던 코팡얀도 그립네. 한입 먹으면  시절, 행복했던 장면들이 환하게 번진다. 이제 모든게 불분명 해진 시대. 그냥 하루 하루  살아야지. 장날에 튼실한 게를 만나면 뿌빳뽕커리를 만들어볼까나. 엄마와 태국 배낭여행   엄마와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   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 몸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떠오르게 한다. 행복했던 맛과 냄새와 말과 촉각이 마음에 닿으면 행복했던 순간이. 불행하고 불쾌한 기억이 마음에 닿으면 불편하게 반응하는 . 행복을 스스로 짓는 사람, 사랑을 많이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 상처난 곳을 드러내고 스스로 보듬고 치유하고 성장한 사람, 결국 마음에 구김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생도  맛있는 냄새가 나는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맛있는 냄새가 그립다. 그리고 대화도. 무척이나.

혼자 여행 다닐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엄마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랑 여행한  나는 둘이 여행하는 재미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도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해 밥해서 사람들과 같이 먹는것을 제일 좋아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열고 싶을 때만 여는 게하 사장님이 되서 맛있는 밥을 사람들에게 차려주고 싶었고 시골집에 혼자    작은 산골마을에 다양한 나라에 사는 친구들이 놀러와서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함께 먹을  정말 행복했다. 왠만한  세계 음식을  맛봐보고 얼추 맛있게 만들  있는데  맛을 리액션 없는 같이 사는 남자만 맛보고 있는게 때로는 억울하다. 결혼  때는 몰랐는데  낳고 나니까  이렇게 억울한게 많아졌는지-  하는게 귀찮으면서도 나는 부엌에서 노는 것을 꽤나 즐거워한다. 문제는 밥을 먹는 사람이 맨날 똑같은게 지겨운거였다. 그래서 맨날 다른 음식을 먹고 싶나보다.  #오늘뭐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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