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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Sep 23. 2020

엄마는 골룸이 되었다.

엄마 일기, 출산 후 탈모로 오는 우울증



한달이 넘게 매일 머리가 한웅큼씩 빠지더니 대머리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골룸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삭발을 해야겠다 싶어 바리깡을 찾다 안보여서 포기하고 그냥 단발로 자를까 하고 미용실 예약을 하려고 하니 오늘 내일 예약이 꽉 찼단다. 머리 길러서 사자 머리 파마 해보고 그동안 자르고 싶었던 마음 참으면서 대충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녔는데 진짜 내가 너무 구리고 초라해서 거울을 보기가 싫다. 가슴도 쳐지고 뱃살은 바람빠진 풍선같고. 그래도 자신감 넘치고 자유롭고 멋진 엄마 되고 싶다. 많은 것을 잃은거 같아서 우울하고 억울하다가도 방긋 방긋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딸을 보면 엄청난 것을 얻었구나 하며 위안한다. 매일 매일 나를 다독이며, 매일 매일 괜찮다며 오늘 하루도 나는 위대한 엄마로, 위대한 여인으로 생명을 키워내고 삶을 가꾸고 지었다. 머리카락 쯤이야. 머리카락 쯤이야. 다 밀어버리면 되지 뭐. 다 밀어버리고 다 벗어버리고 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매일 매일 올라오지만. 엄마가 되니까 그 쉬웠던것들이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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