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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Nov 13. 2020

번 아 웃 입니다. ( burn- out)

상담일기, 1회차

대화가 고파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가도 예전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기 힘든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부정적인 에너지가 전해지는게 싫다. 행여나 아이에게 그 기운이 전해질까봐 애를 써가면서 정화를 한다. 하지만 하루종일 독박육아 하면서 감정을 아이에게 쏟고나면 체력도 바닥나고 감정도 바닥나서 남편에게 좋은 마음으로 대하는게 쉽지 않다. 그렇게 매일 오락가락하는 마음으로 분노 조절은 실패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도 충전을 하기도 하고 대부분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외향적이지만 내향적인 삶을 지향하는 편이다. 인간 관계또한 아무나 잘 안만나는 편이고 의미없는 대화나 에너지가 상승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허전해서 혼자 창조적인 시간이나 쉼을 통해 충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삶을 단순화 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 하지 않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나는 나눌 수 있는 감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나는 없다. 그리고 두려운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사람을 만나고 나면 오히려 더 지치고 혼자 있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나는 에너지 소모 만큼 재충전이 되지 않고 있었다. 자꾸 화가나고 우울해지고 무기력 해졌다.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첫 상담 세션에서 나는 번아웃 진단을 받았다.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서 열시에 퇴근, 주말 공연까지 일정이 가득차 있는 남편에게 일과 가정, 육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했고 주중에 두번, 두시간씩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라는 선생님의 처방을 받았다. 이 깜깜한 터널에서 나올 수 있을까?


선생님이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 제일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물리치료 받으러 한의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이 상담을 마치고 돌아 가신 후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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