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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15. 2016

<몽상가들>

영화에세이

허무맹랑한 꿈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이상하는 세계에는 창문이 없다. 밤인지 낮인지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바깥의 현실은 인지하지 못한다. 시간과 사람에 구속되지 않는 순간, 비로소 온연한 내가 보인다. 세상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들은 쏟아지고, 나는 여러 형태로 그것을 곱씹다가 단잠에 든다. 때때로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온몸으로 느끼고 싶을 때도 있다. 날이 좋은 날에는 옥상에 가서 눕고 싶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으며 걷고 싶다. 세상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나만의 것을 남겨둬야 했다. 나만의 책을 만들고, 그 위에 은은하게 내 이름을 새겨 두었다. 지금은 빛을 보지 못하지만 훗날엔 내가 모두의 자랑이 될 거라며, 나는 언제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비록 몽상이라 하여도 꿈을 꾸는 동안에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힘들 때 힘들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자유롭고 싶었다. 언제 죽어도 좋을만큼 미친 척 살아보고 싶었다. 며칠을 제대로 못먹다가 따끈따끈한 집밥을 먹었을 때의 기분, 나는 그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었다. 그렇다해서 동화책 속에 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애는 아니었다. 몸은 자랐지만 사고는 아직 아이에 머물러있는 철부지도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상주의자를 놓고 종종 저렇게 묘사하곤 했다. 무시하고 괄시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자신들은 모두 어른인 것처럼 주장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줄 모른다.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고, 그 누군가는 또다른 누군가가 시키는대로 행한다. 주체가 없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을 모른다. 나는 나를 알고 싶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은 자유를 외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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