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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15. 2016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영화에세이

하늘과 바다를 둘 다 파란색으로 칠하면 그 경계는 어떻게 알아보나. 하늘과 바다처럼 정반대되는 우리가 만나, 하나의 도화지를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나는 뜨거운 감정의 파도에서 요동쳤고, 너는 구름처럼 잔잔히 흘러갔다. 나는 감정이 다 드러났고, 너는 구름 뒤에 감춰져있었다. 너는 내 순수함이, 나는 너의 신비스러움이 좋았다. 더 차올라서 네게 닿고 싶었다. 하루에 수백 명 어쩌면 그 이상의 사람들과 스쳐지나간다. 너는 그 중에 이끌리 듯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유독 네가 눈에 띄었던 이유를 생각해봐도, 나는 네가 왜 특별해보였던 건지 모른다. 머리에 남았다면 잊혀질 테고, 가슴에 남았다면 스며들 것이었다. 찰나였지만, 너라는 잔상은 여운이 길었다.


너로 인해 사랑에 물들었다. 눈을 볼 때면 눈동자 뿐만 아니라 속눈썹과 눈썹까지, 말하는 입을 볼 때면 네 입술색과 이빨까지 하나하나 너를 담을 때마다 나는 점점 벅차올랐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지는 노을에 하늘을 다른색으로 칠해야될 때가 왔을 때, 파랗게 색칠 된 도화지를 들여다봤자 그건 더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나는 어둡거나 밝거나 파란색이었지만 하늘은 서서히 붉은빛을 띄었다. 보이지 않던 경계가 명확히 구분 지어졌다. 썰물이 빠져나간 바다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채워지겠지만, 네가 빠져나간 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매일 우리가 하나의 파란색이 될 때마다, 나는 네게 무한한 애틋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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