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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20. 2016

<비포 미드나잇>

영화에세이

원치 않은 건 찾아오고, 원하는 건 멀어져간다. 사랑스런 여자로 평생 살고 싶었는데, 늘어가는 주름과 뱃살은 내가 더이상 젊고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다. 당신이 처음 반해 말을 걸었던 그때의 내가 지금은 아닌 것이다. 점점 여자로서의 매력은 상실하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주부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전에는 밤새도록 통화하며 떠들어도 모자랐는데, 이제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오직 일, 밥, 자식 얘기에 한정되어 있다. 더 오래 있고 싶어서, 보고싶을 때 맘껏 보고싶어서 결혼을 했는데 서로가 함께 나누는 시간은 전보다 못하다. 나는 불안해서 당신에게 자꾸 되물었다. 별 볼 것 없어진 내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이런 나라도 여전히 사랑하는지 확인받고 싶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당신과 함께 저물어가고 싶다. 젊음도, 사랑도, 낭만도 모두 한순간이었다. 언제까지나 당신의 사랑 속에서만 살 수는 없었다. 당신에게 지나간 것들을 바라면 바랄 수록 그것을 충당하지 못할 때마다 힘들어지는 건 나였다. 우리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서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기대치가 클수록, 서로를 바꾸려들수록 자주 부딪혔다. 하찮은 것에 연연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다.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누가 먼저 전화를 거느냐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함께 볼 사람도 당신, 수십 년은 더 함께 늙어가고 싶은 사람도 당신이었다. 우리의 중년은 덜 아름다운 게 아닌, 더 아름다운 경치를 담기 위해 원숙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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