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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23. 2016

<화양연화>

영화에세이

거짓으로 물든 수화기 너머의 말들 그것을 알아챈 순간, 나역시 거짓말로 진실을 감추게 되었다. 나의 거짓말을 알아보는 당신은 필히 나와 같은 상처가 있는 이. 우리는 감출 필요도 혹은 진실될 필요도 없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을 꿰뚫어보았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밥을 먹고 허무와 공허로 가득찬 나를, 당신은 필요로 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이웃이면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을 하면서 나를 기다림의 상대에서 꺼내주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글을 쓰며 우리는 점차 서로에게 많은 것을 부탁했다. 여전히 이웃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것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떠올려야만 했다.


때론 진실보단 거짓이 옳을 때가 있다. 전하고 싶어도 전하지 말아야할 말이 있고, 사랑해도 이별해야 될 때가 있다. 당신과 내가 진실되지 못하는 것은 서로를 속이기 위함이 아니라 일상을 지키기 위함이다. 우리는 음식으로 치면 국수처럼 혹은 죽처럼 허기는 채울 수 있어도 포만감을 느껴서는 안되는 사이였다. 굳이 먹어도, 먹지 않아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에 아무렇지 않아야만 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넘쳐나는 마음을 소리내거나 들키는 순간, 이 벽은 무너지고 말았다. 당신에게 이끌리는 나의 마음을 알면서도 이 사랑은 비밀이 되어야만 했다. 제 자리를 지키니 탈은 없지만, 마음이 당신을 쫓으니 속에서는 당신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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