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ㅅㅇ Sep 24. 2016

<미 비포 유>

영화에세이

당신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떠나서,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진심을 다해 당신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만하게, 어쩌면 나라는 인물이 당신 삶의 결말을 바꾸어 놓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정작 내가 원하는 결말로 당신을 이끌어가려고 했던 거였다. 나는 당신을 웃게 할 수 있었지, 당신의 생각을, 삶을, 가치를 바꿔놓을 수는 없었다. 그게 내가 아닌 누구였든 간에 과정이 변할 뿐, 결과는 바뀔 수는 없었다. 한 사람의 근본을 바꾸어 놓으려는 건, 나의 한계가 아니라 이 세상 누구의 한계였다.


달라진 건 나뿐이었다. 나로 인해 당신의 삶이 변하길 바랬는데, 되려 당신을 만나고 변한 건 나였다. 누군가를 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줄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 제로라면 내가 어떤 수를 곱해도, 얼마나 더 큰 수를 곱해도 달라질 수가 없었다. 더 나아질 수 없는 당신에게 나는 그저 남은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곁에 있어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 무엇도 당신이 선택한 일을 내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바라보는 위치가 달랐고, 성처럼 큰 시야를 가진 당신이 나를 높은 곳으로 이끌어 주었다.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 아닌 사랑하는 삶으로, 그렇게 나의 삶은 당신을 만나기 전후로 나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양연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