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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우리 선희>

영화에세이

우리는 누군가를 평가하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잘 안다고 생각하며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삼아 재잘재잘 씹어댄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은 또 다른 술자리로 옮겨가서 다른 이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결국 한 사람을 놓고서, 같은 말이 돌고돌며 그 말이 그 사람이 되어버린다. 한 사람의 단면만 놓고, 화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까지 합쳐지면 어느새 '내'가 되어있다. 엮이고 꼬인 인간관계처럼 말 또한 돌고 돌다가 다시 돌아오면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똑같구나'가 된다. 그렇게 한 사람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한순간에 정의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내가 화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똑같은 사람의 입에서 정반대되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말은 개인주의적이어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 떠드는 말이 나 자신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사람들의 충고와 조언은 본질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마치 출처를 알 수 없는 같잖은 말들의 향연을 보는 것 같다. 나에 대해 공기 중에 떠도는 말들과 꼰대들의 어줍짢은 충고와 시선에서 무게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일 수록 더 무식해보인다. 애초에 단 몇마디의 말로 사람을 정의내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살면서 자신을 겉도는 말만 온 몸에 휘감은 채, 끝까지 '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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