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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에세이

당신과 함께 파리의 밤을 걷고 싶다. 나의 오랜 동경과 낭만이 파리의 시간 속에 녹아있다. 비가 오면 비 내리는 파리에 젖어들어, 술에 취하지 않아도 분위기에 먼저 취해버릴 것만 같다. 특히 이방인들에게 파리란, 여전히 가슴떨리는 밤이자 모든 예술가들의 꿈같은 곳이다. 파리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현실을 잊기에 충분했고, 곧 환상에 빠지는 일이었다. 가령 내가 동경하는 시대로 가서 동경하는 인물을 만나고, 이상적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고통스런 현재를 부정하고, 과거에 살았으면 행복했을 거라는 환상이 커질수록 이 시대에 느끼는 공허와 상실감은 커져만 갔다.


과거는 특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낭만과 추억으로 짙어진다. 한 시대엔 시시하고 천박하기까지 했던 것이 단지 세월이 흐르면서 신비롭고 흥미로운 존재로 바뀌곤 한다. 현재는 늘 불만스럽고, 상상 속의 황금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또한 상상 속의 황금시대를 동경하며, 현재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오고, 반대로 만나지 못한 과거에 대한 동경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막상 과거가 현재가 된다면 낭만도, 꿈도, 환상도 사라질 것이다. 결국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이 현재가 되고, 그토록 동경하는 황금시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누군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동경하며, 비 내리는 파리의 거리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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