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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나의 소녀시대>

영화에세이

우리에게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다. 늦잠을 자는 날에는 서둘러 등교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필통에 좋아하는 연예인사진을 잔득 붙여놓으며 모든 소녀들의 청춘 안에 들어있는 이상형의 남자애를 짝사랑하기도 했다. 용감하게 꿈꾸고 순수하게 사랑하며 자신의 미래를 수없이 상상했다. 평범한 학생과 평범한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어 발버둥치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걸 모르던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곧은 길로만 올바르게 걸어가면 꿈꾸는 미래를 발견할 줄 알았던 소녀들에게, 그 누구도 금수저의 지름길과 흙수저의 가시밭길과 건널 수 없는 바다가 있다는 것을 귀뜸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소녀는 어른이 되는 경계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결론적으로 나름 어른이라고 불리우는 우리는, 과거의 내가 꿈꾸었던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 별 볼일없는 일 때문에 전전긍긍대고,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자존심을 굽히며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매 순간을 굴복하고 있다. 슬프게도 학창시절에 비웃고, 기피했던 사람이 어느새 바로 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 변치 않은 거라면 여전히 실수하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며 여전히 꿈을 꾼다는 것이다. 비록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짝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추억을 잊으면, 자신도 잃게 된다. 우린 젊고, 이제 어른이고, 앞으로도 어른이다. 때문에 언제든지 변화를 꿈꾸며, 또다른 어른이 될 수 있다. 부디 순수했던 예전의 당신을 세월 속에 함께 흘려보내지 않기를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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