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영화에세이

우리는 아무 특별할 거 없는 연애에 충실히 임했다. 남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치 천생연분인 듯 사랑하는데, 당신과 나는 애써도 늘 엉망진창이었다. 당신도 노력하고 나도 노력했고 당신도 참고 나도 참았지만 매번 다퉜다. 서로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이별과 가까이 있었다. 연애의 온도는 서서히 식어갔다. 오래 된 연인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우리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연애의 온도가 변한다해서 사랑이 변할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 당신도 힘들었겠지. 서로를 이해하는 척 했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지쳐가고 있었다. 누구 한 명이 헤어지자고 말하면 쉽게 끊어질 사이라면 차라리 지금 끊어내는 게 맞았다. 그런데 왜 그토록 나를 힘들게 한 당신이 다시 생각이 나는지, 이런 나도 참 정신병이다. 떠오르는 당신과의 추억이 이제와서 그 힘든 순간들도 모두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실수인 척, 아무일 없었던 척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은데도, 한 번 헤어졌던 게 뭐라고 우리는 예전과 같을 수 없었다. 전처럼 밥을 먹으러 가도, 영화를 보러 가도 뭔가가 변해있었다. 사소한 걸로 싸우지도 않도록, 내가 더 많이 맞추고 노력하면 될 줄 알았다. 근데 싸우지 않아도 드는 불편한 감정들은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작 변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은 변해버렸고, 변하길 바랬던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라도 실수할까봐, 뭘 또 잘못할까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응, 알겠어,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할 때마다 내 심정은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다. 우리의 연애는 달콤하지 않았고, 다시 맛 보아도 여전히 달콤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피하거나 늦출 수 있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말다툼을 할 때면 매번 우리가 싸울 때의 모습과 중첩되고 있었다. 우리는 또 다시 헤어질 이유를 서로에게서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