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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은교>

영화에세이

젊음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전염된다. 싱그럽고 생기 넘치는 식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슬이 맺히면 더 예쁠 것 같아 나는 비를 내려준다. 젊음이 좋다고 꺄르르 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요동친다. 내 젊음에 내리던 비는 어느샌가 멈추고 나는 점점 메말라간다. 촉촉하고 물기있는 젊음이 부럽다. 내가 가진 것을 다 바쳐서라도 얻고 싶다. 나는 젊음을 상실했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내 영혼이 육체와 함께 나이들지 못했다. 사진으로 찍어서 글로 써서 젊음을 오래 간직하려 한다. 그것은 너무 순수하고 깨끗해서 죽음의 공포마저 잊게 만든다.


젊음은 해가 쎄도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눈이 쌓여도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다채롭고 눈부시다. 별빛이 창문을 통해 은은하게 내 방을 비추면 나는 젊은 시절 꿈을 꾼다. 돌연 눈을 떴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깨어나길 바라지만, 시간은 나를 데리고 간. 이유없이 늙어버린 나를 위로해주는 이 하나 없다. 손바닥 위로 쏟아지는 별빛을 손으로 쥐었다 폈다하면, 아무리 꽉 쥐어도 빛이 손 안에 담기지 않는다. 나는 매일밤 젊음을 만나러 가지만 영원히 쥘 수도, 영원히 느낄 수도 없다. 나이드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늙어가는 것은 죄가 아니다. 젊음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욕망은 쉬이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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