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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브루클린>

영화에세이

향수병에 걸리면 견디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또한 지나갈 거라고 하지만, 나는 하루하루가 심난하고 비참한 기분이 든다. '몸조심해', '사랑해'라는 그대의 말에 마음이 무너지고 변치않는 이 도시의 화려함이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든다. 당신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의미를 상실하고, 나는 그저 당신의 사소한 것들이 미치도록 그립다. 당신과 함께 하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이, 후회할 과거가 될까봐 두렵다. 어두운 방 한 칸에 퍼지는 고독이 밤낮을 잊었는지 따뜻한 당신의 품이 수없이 사무친다. 지금 내겐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당신의 얼굴 한 번 보고싶은 게 전부이다.


누군가 괜찮냐며 툭하고 물으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데, 자꾸만 약해지는 내 자신이 싫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당당히 떠나온 길이건만, 나는 자꾸 과거의 것을 추억한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시선은 마음 한 켠의 짐이 되 하루빨리 성공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나이는 찼지만, 외로움을 혼자서 감당하기엔 어렵고 어리기만 하다. 새로운 인연을 통해 여전히 허전하고 부족한 공백들이 채워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인연이 낯선 타지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비록 당신은 없는 이곳에서 나홀로 꿋꿋이 뿌리를 내려야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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